사학계의 관심 끄는 사관 다른 두 사론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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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관점이 서로 다른 두 국사학자의 사론집이 한꺼번에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강만길 교수(고대)의 『분단 시대의 역사 인식』(창작과비평사 간)과 이기백 교수의 「한국 사학의 방향』(일조각 간)이 그것이다.
강·이 교수가 다같이 오늘날의 국사학 연구 방향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지향점을 전혀 달리 하고 심심찮게 논전을 벌여 왔다는 점에서 이번에 나온 두 사론집은 주목된다.
수록 논문의 편수 또한 비슷하다. 이 교수의 『한국 사학의 방향』이 15편, 강 교수의 『분단 시대의 역사 인식』이 14편이다. 이 교수의 논집은 『한국 사학의 과제』 『근대 한국 사학의 성장』 『현대 한국 사학의 방향』 『한국사의 체계적 이해』로 나눠져 있고 강 교수의 것은 『분단 시대 사학의 반성』 『역사와 현실』 『역사와 민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강 교수가 문제를 재기했던 『국사학의 현재성 부재 문제』와 이에 이 교수가 답한 『한국사 이해에서의 현재성 문제』는 국사학계의 대표적 연구 경향을 대표하는 글이기도 하다.
서문에서부터 두 학자의 입장은 판이하다. 이기백 교수는 『오늘의 한국 사학이 일종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것은 비합리적 사고방식, 비논리적 이론 전개, 또는 비역사적 가치판단 등 현대 역사학에 반대되는 사실들이, 남들이 섣불리 비만하기 힘든 민족이라든가, 혹은 현실이라든가 하는 명목 아래 횡포를 부리려고 하기 때문이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강만길 교수는 『분단 현실을 외면하는 국사학은 그것이 학문적 객관성을 유지하는 길이라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학문적 객관성과 학문의 현실 기피성이 혼동된 것이며 분단 현실에 매몰되어 버린 학문이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강 교수의 입장은 76년에 발표한 논문 「국사학의 현재성 부재 문제」에서 소상히 드러나 있다. 『해방 후의 국사학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식민 사학의 독소를 제거하는 문제였고 그것은 또 국사학 내적인 현재의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기도 했다』고 전제하고 나서 『그러나 해방 후의 민족사회가 가진 한층 높은 현대적 요구로서의 분단 시대의 극복과 진정한 의미의 민족국가 수립 문제, 인간 해방을 위한 새로운 단계로서의 올바른 근대화의 문제 등은 아직도 국사학 외적 문제로 버려져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국사학이 민족사회의 가장 절실한 현재의 요구를 학문 외적인 무제라는 핑계로 외면한다면 그 국사학은 또 한번 가장 중요한 책임을 기피하는 학문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를 반박하면서 차분히 한국 사학의 임무를 다룬 이 교수는 『역사학에 있어서의 현실성에 대한 촉구가 역사학의 기본적 성격까지를 포기케 하고 역사학을 철학이거나 혹은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으로 변질시키는 성질의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뒷받침된 한국사의 발전에 대한 체계적 인식을 제시하는 것이 한국 사학의 임무라고 믿고 있다.
현재에 대한 역사학의 발언은 이러한 학문의 권위로서 행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로써 역사학의 임무는 달성된다고 하겠다』고 응수했다. 이외에도 사실의 평가, 연구의 방향 등에서 두 책은 전혀 다른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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