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의 당면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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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10차 한일정기각료회의가 3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다. 한일각료회담이 거듭될 때마다 우리는 일본에 있어 한국은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양국 언론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한일 두나라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감정은 최하위 수준을 맴돌고 있다.
한일 양국이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새로운 선린관계를 형성해 나가려면 이러한 악감정과 편견을 우선 단절하고, 상대를 바르게 인식하려는 노력이 앞서야 할 것 같다.
한국은 일본에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일 뿐 아니라 지금 일본이 누리고 있는 자유·평화·번영을 가능케 하는 방파제이기도 하다.
안보면에서 방파제일 뿐 아니라 한국은 일본경제의 귀중한 「파트너」다.
한일관계 정상화 이후 작년까지의 양국간 무역고는 2백78억9천2백만「달러」에 이른다. 이중 우리의 대일 무역 적자가 95억6천9백만「달러」로 같은 기간중 일본의 대한투자 및 차관총액의 4배가 넘는다.
이렇게 한국이 일본에 안보·경제상으로 소중한 존재라면 이에 상응하는 일본의 기여가 따라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대국인 일본은 아직도 소극적인 발상과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우선 우리의 대일 무역적자가 막대한데도 불구하고 일본은 품목별로 과도한 수입규제를 통해 무역역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대일 무역역조는 우리의 산업구조상 불가피한 면도 있겠으나, 역조해소를 위한 양측의 노력이 너무 부족했다고 할 수밖에 없겠다.
국교정상화후 12년간 우리의 총수입에서 대일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37·5%에 이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수송비나 가격면에서 유리했을는지 모르나 이러한 수입의 대일편중은 우리측의 융통성을 저해해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어가고 있다.
우선 최근의 「엔」 고 파동을 겪으면서 우리는 원자재의 대일 의존 때문에 막대한 원가고를 겪는 중이다.
비싸나 싸나 일본의 원자재를 수입해 쓰지 않으면 안 되는 틈을 타 일본측이 「엔」 고로 인한 추가부담분을 전적으로 우리측에 전가하고 있다. 이러한 경직된 대일 의존을 해소하기 위한 우리측의 어떤 결단이 요구되는데도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로 진행되어 가고 있으니 안타깝다.
또한 17년을 끌어온 동지나해 대륙붕의 조속한 공동개발도 빠른 시일 안에 성사시켜야 할 일이다. 대륙붕의 공동개발이야말로 한일간 협력의 대역사로서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주한 미지상군의 철수에 따라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역할과 부담은 불가피하게 증대되어 가고 있다.
그와 관련해 최근 일본 관변에서는 한반도사태를 일본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등 한반도를 그들의 작전범위에 포함시키는 듯한 발언을 자주 하고 있다.
한일 간에 군사적관계를 규율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미묘한 억측과 의문을 자아내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측의 태도 표명과 양국의 상호 의견교환이 있어야 할 것 같다.
10차 각료회의는 이러한 모든 문제들을 상호협력과 보완이란 차원에서 솔직하고 진지하게 논의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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