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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쏭바강』 「베스트셀러」1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청부전쟁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월남전은 우리로서는 잊혀질 수 없는 전쟁이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월남전의 직접체험을 바탕으로 씌어진 박영한씨의 장편 『머나먼 쏭바강』이 출간 2개월만에 3만부가 팔려 「베스트셀러」1위로 등장했다 (본사 전국34개도시 취재망의 8월분 조사집계). 박씨에 의하면 이 작품은 5년 동안 4차례 고쳐 씌어진 것. 「데뷔」작이라 해도 전례 없는 일인 것 같다.
『70년9월 월남에 파병되어 2년1개월 동안 복무하고 귀국, 제대한 후 복학(연세대 국문과)하면서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2학년때 「제9내무반」이라는 단편을 써서 교수님께 보여드렸더니 문장이나 기법은 좋은데 비윤리적이라고 하시더군요.』
자신도 단편으로는 너무 불만스러워 이듬해 2백50장의 중편으로 완성했다.
제목은 『빠이 빠이 태양』. 다소 자신을 느껴 어느 문학잡지에 투고했더니 낙선, 『기왕이면 좀더 본격적으로 대들어 보자』는 생각에 1년동안 씨름한 끝에 6백장짜리로 만들어 계간 「세계의 문학」에 투고, 77년 여름호에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심사를 맡았던 최인열·김우창 선생의 권고도 있었고 어차피 시작한 이상 뭔가 남겨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 앉겠느냐는 생각에 다시 1천5백장의 장편으로 완성했옵니다.』
박씨는 문학에 있어서 작가의 체험을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 황병장은 자신의 분신으로 볼 수 있으며 황병장을 둘러싼 이야기는 80%가 자신의 체험이기도 하다는 것.
『그러나 이상적인 체험이란 실질적인 외적 체험과 정신적인 내적 체험이 합해진 것이라고 봅니다. 제 소설에서 「이데올로기」 「즉 역사성의 문제가 미숙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내적 체험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다만 이 작품이 「이데올로기」에 희생되는 사람의 입장에서 씌어졌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어요.』
따라서 이 작품에서 황병장과 월남여성 「빅·뚜이」와의 연애는 중요한 줄기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박씨 자신은 전체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치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후반에 등장하는 손중사의 소박한 「휴매니티」에 중요한 「포인트」를 두었다는 것. 독자 가운데는 황병장과 「빅·뚜이」와의 좀더 확실한 결말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작가 나름대로의 기술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소재주의의 극복과 인식의 발전을 보여줄」 「제2의 대작」을 집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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