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저축률 2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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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저축은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파악·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민총생산(GNP)중 소비를 절약하여 국민저축률을 얼마큼 높일 수 있느냐가 가장 문제일 것이다. GNP에 대한 소비지출의 비중이 높은 것은 그대로 둔채 아무리 저축목표를 초과달성해도 실질적인 의미는 없는 것이다.
금융저축은 통화량이 늘면 자연히 느는 것이다.
과거의 저축운동은 주로 저축성예금의 증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당장의 소비욕망을 줄여 장래를 위한 투자를 얼마큼 많이 할 수 있느냐다.
따라서 저축은 근검·절약하는 생활풍조가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금년엔 저축증강에 병행해서 물자절약운동까지 함께 펴기로 한 것은 진일보 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국민이 얼마나 분수를 넘게 생활하고 있는가는 국민저축률 수준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77년 현재 국민저축률은 24%로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소득수준인 대만의 30·2%, 일본(67년)의 38%보다 월등히 높다.
해마다 저축목표는 초과 달성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저축수준은 매우 낮은 것이다.
국민저축률이 이토록 낮은 것은 가계저축의 저위에 큰 원인이 있다.
국민저축중 가계저축의 비중은 아직 20%선에 불과하다.
일본과 대만은 30∼50%선이다. 이 격차는 국민성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저축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몇 차례의 경험을 동해 가계저축이 얼마나 무참하게 배신되기 쉽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버린 것이다. 근검·절약하여 저축한 사람이 큰 집을 사거나 환물투기한 사람보다 엄청난 손해를 봤다.
불가항력 때문에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볼 때 급속한 개발을 위하여 「인플레」에 의한 강제저축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저축은 애국심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가계의 실질적인 이익으로 나타나야 저축을 하란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또 관을 비롯하여 지도적 입장에 있는 계층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전시효과의 만연이 얼만큼 무서운가를 뼈저리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근검·절약이나 가계저축이 아무리 배신당했다고 하나 이를 아예 포기할 수는 없다. 저축을 포기함으로써 생기는 물가불안 등 여러 폐해는 가계가 가장 집중적으로 입기 때문이다.
정부가 저축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일 땐 선량한 저축자에 대해서 다시는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한 것으로 믿고 싶지만, 역시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가계가 저축을 하려면 무척 심한 고통을 참아야 하듯이, 정부도 대단한 용기와 인내심 없인 저축의 실질가치는 보장할 수가 없는 법이다. 그동안 저축을 강권한 사람들이 저축의 실질가치 보장을 위해서 얼마큼 노력과 투쟁을 했는지 한번 반성해 주기 바란다.
또 한번 고통스럽게 푼푼이 모은 가계저축이 단 한번의 「인플레」 회오리로 산산이 흩어지는 일이 없도록 깊이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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