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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인문계 고교 직업 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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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문계고교의 직업 반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고교평준화의 보완책으로 실시되고있는 인문계고교의 직업 반은 실업과목 교사가 부족한데다 시설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해 학생들의 실업교육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우기 대부분의 인문계고교가 진학 반 위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 직업 반 소속 학생들에게 소외감마저 불러일으켜 탈선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있다.
16일 서울시교위에 따르면 시내 남녀고교 직업 반 학생은 55개교(공립16개·사립39개교)에 1백82개 학급 1만6백92명(남24개 학급 1천2백69명·여 1백58개 학급 9천4백23명)에 이르고 있으나 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상업·공업계열 교사와 타자·주산 등 실기교사는 70여명으로 실제로 있어야할 교사의 60%밖에 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인문계 고교들은 사설학원에서 강사를 초빙, 변칙수업을 하거나 기술계 학교에 가서 출장수업을 하는 실정이다.
시설이나 교재도 직업 반 운영에 필요한 재정지원이 없어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는 S여고의 경우 2학년 기계제도 반 학생25명이 시설과 교재가 없어 성동기계 공고로 나가 실습교육을 받고있다.
또 인문계고교에서 실업과목교사의 확보가 어려운 까닭은 이들이 인문계학교 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이며 그나마 1개교에 1∼2명밖에 안 되는 실업과목교사들이 진학반수업과 전체학생들의 수업을 도맡고 있어 충실한 수업을 못하고있다.
Y여고의 경우 12개 반 중 2개 반을 직업 반으로 편성, 타자·부기·주산·상업습자 등을 여자상업고교 교과과정과 동일하게 편성하고 있으나 이를 담당할 상업교사는 단2명뿐. 이들2명의 교사가 전체학생들의 수업도 함께 맡아 기술계 사설학원 강사까지 동원하면서도 자습이 잦은 실정이다.
일반교사도 진학 반의 수업에는 열의를 내지만 직업 반 수업에는 열성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직업 반 학생들도 수학 등 어려운 과목을 외면하는 경향이어서 정상적인 고교과정수업마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Y여고 전모교사는『수학교사들은 학생들의 호응이 없기 때문에 거의 직업 반 수업을 포기하고 있고 국어시간도 고문·훈민정음 등 까다롭고 효용이 낮은 부분은 건성으로 넘어가고 실용한자나 글씨체 연습만 하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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