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검사기준의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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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교 및 대학입시내신을 위한 체력검사종목 중 「오래달리기」의 평가기준을 완화키로 한 문교부의 조치는 매우 잘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동안 해마다 입시 때만 가까워지면 전국 곳곳에서 체력장연습을 하다가 학생들이 쓰러지고, 숨지는 사고가 비일비재했던 사실을 감안할 때 이 제도에 대한 개선책은 진작 마련됐어야 할 당면한 요청이었다.
그러나 체력장 일부 종목의 기준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이 제도를 둘러싼 부작용을 해소시키는데는 아직도 매우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체력장이 말썽을 빚은 것은 물론, 그 기준자체가 학생들에게 벅차도록 무리하게 설정된 데도 큰 원인이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욱 주요한 것은 입시에 편중된 현재의 교육제도 아래서 체력장이 기본체력의 측정과 향상이란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점수 따기 경쟁의 한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평소 입시준비를 위한 주입식교육에 시간을 다 빼앗기고, 시험시기가 2∼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 그때서야 체력장에 규정된 8개 종목의 연습을 갑자기 서두르게 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운동이 부족하다가 단기간의 급조연습으로 체력장을 치러내려니 무리가 올 것은 너무도 뻔한 이치다.
이러한 체육교육의 파행적 운용이 학생들의 체력을 균형 있게 향상시키지 못하고 결국은 학생들에게 목숨을 잃는 참변을 안겨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교육의 기본목표가 지·덕·체를 함께 겸비한 인격자를 양성하는데 있는 이상 체력장과 같은 제도를 만들어 체위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렇다고 이 제도를 상급학교의 입시와 관련시켜 수백만 어린 학생들에게 끊임없는 강박관념을 심어준다는 것은 어떤 점으로 보나 교육적 처사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체력장이 입시와 관련하여 존속하는 이상 아무리 그 기준이 완화된다 해도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1점이 아쉬운 수험생들로서는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따려는 마음에 안간힘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현실적 문제를 감안할 때 체력장제도는 근본적으로 입시와 분리시키는데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학생들의 체위향상을 위해서는 체육과목에 다른 요인을 제공하여 누구 나가 평소에 체육교육에 역점을 두도록 권장함으로써 입시를 위해 마지못해 몇 가지 종목만을 익히려 드는 폐단은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처럼 체력장제도를 입시와 직접 결부시킴으로써 조성된 중·고교에서의 변태적 체육교과과정운영은 국민체위향상과는 오히려 역행하는 것임을 바로 인식해주기 바란다.
이와 함께 가정과 사회에서도 2세 국민의 체력향상을 위해 체육시설확충 등에 각별한 배려를 함으로써 어릴 때부터 운동을 생활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범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
체력장 제도의 운영을 이런 본질적인 차원에서 보다 진지하게 재검토할 때가 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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