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감각의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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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경제는 과열성 중환에 걸려있다고 볼 수 있다. 높은 물가, 과잉유동성, 「인플레」심리의 만연, 고소비풍조, 저축의욕의 냉각, 소득격차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국제수지압박과 고 실업에 시달렸던 과거와는 다른 「패턴」의 문제들이 노정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증상들은 경제의 급격한 성장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요인들이기는 하나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점에서 이의 정상화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인플레」를 비롯한 여러 경제문제들은 구조적·누적적인 것이기 때문에 부문적인 대책이나 일시적 대증 요법으로써는 치유될 일이 아니다. 인내를 갖고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인 정상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의 경제과열을 한마디로 말해 경제활동이 우리의 능력한계를 넘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인적·물적 자원과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무형의 저력이라는 면에서 그렇다.
물론 성장 「에너지」의 기폭과 그 능률화에 따라 의외의 실력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너무 무리할 땐 결국 부작용을 빚기 마련이다.
자본과 기술축적이 일시에 이루어질 수 없고, 오랜 의식구조와 행동「패턴」이 급선회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장기개발계획은 이런 경제적·사회적 제약들을 감안하여 가장 소망스러운 성장속도를 찾는다.
당초 4차5개년 계획은 금년에 9%의 실질성장을 목표했다. 9%의 실질성장에 머무르는 것이 물가·국제수지와의 균형 면에서 가장 좋다는 계산인 것이다.
그러나 78년 총 자원 예산에선 다소 호전된 내외경제여건을 감안, 10∼11%의 성장으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작년 말부터 의외의 호조를 보여 금년에 15%선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인적·물적 자원 면에서 10∼11%의 성장이 적당하다고 진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5%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것은 국민경제가 무리한 운용을 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는 중동시장 등 해외여건이 예상보다 훨씬 좋다는 점과 이런 좋은 기회에 경제를 바짝 키워 놓고 보자는 정책의지가 상승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수지는 당초보다 호전되고 국내경기도 호황을 맞았지만 그 그늘엔 물가상승과 그로 인한 여러 경제적 폐해도 동시에 배태시켰다. 성장과 안정간의 「밸런스」가 깨어져 복원력을 잃은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한국경제에 있어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 「밸런스」의 회복이라 할 수 있다.
정부당국이 최근 안정 우선 정책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런데 배경을 두고 있는 것이다.
경제엔 급격한 충격이 금물이다. 따라서 성장에서 안정으로의 선회도 큰 원을 그리면서 서서히 돌지 않으면 안 된다.
과잉유통성·「인플레」심리·고소비풍조·저축의욕의 냉각 등은 단 시일 안에 수습 될 수 없다.
그런 방향으로 모든 정책의 구심 축을 정립하여 꾸준히 인내성 있게 밀고 나가 그것이 범국민적인 신뢰를 얻을 때 비로소 경제의 과열 성 중환이 치료될 것이다.
「캄플」요법의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경제엔 묘수가 있을 수 없음을 깊이 인식, 너무 서두르거나 무리를 말아야겠다. 또 이를 계기로 우리의 여러 능력을 감안한 적정성장이 어느 정도인가도 냉정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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