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도소에 그림·서예 「붐」 재소자가 도전서 입상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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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광주교도소(소장 이은평)는 재소자들의 정서와 교양을 높이기 위해 동양화와 서예를 교육, 1년만에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결실로 지난달 열린 제14회 전남도 전시회에서 이달성(50), 유기철(50)씨 등 2명의 재소자가 동양화와 서예부문에서 각각 입상, 화제를 모았다.
광주교도소가 재수자들로 동양화 반·서예 반을 만들어 지도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 이 소장은 재소자들이 출소 후 재범을 저지르는 요인 중 하나는 이들의 정서와 교양이 메말라있기 때문이라고 분석, 여가를 선용해서 동양화·서예 등 창작활동을 하도록 권장했다.
처음에는 전재소자들 중 그림과 글씨·글짓기 등에 소질이 있는 10명을 뽑아 같은 방에 수감하고 서예가 남용·김용구씨(광주 남용서도원장), 동양화가 우계 오우선씨 등을 매주 1, 2회씩 강사로 초빙, 이들에게 기초부터 지도했다.
평소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았던 감방 안은 먹을 갈고 글씨를 쓰며 그림을 그리는 분위기로 탈바꿈했고 이들의 성격도 희망을 가져 훨씬 부드러워졌다.
교도소 측은 문예반이 의의로 좋은 성과를 거두자 반원을 1백명으로 대폭 늘려 확대지도를 시작했고 재소자들의 솜씨도 놀랄 만큼 발전해갔다.
이제 광주교도소의 각방은 이들이 그린 그림과 글씨로 가득 차게 됐다. 지난 봄 우수작품 4백여점을 표구해서 방마다 걸어놓아 소내 전시회 겸 환경을 미화하는 1석2조를 거둔 것이다.
광주교도소 보안과장 강경초씨(45)는 『동양화·서예 등 문예지도가 이 같은 큰 교도성과를 거둘 줄 몰랐다』며 가을쯤에는 광주시내의 화랑을 빌어 재소자들의 작품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전서예부문에서 입상했던 재소자 유기철씨는 『붓을 잡으면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이 가라앉아 이제 빼 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됐다』고 말하고 처음에는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젊은이들도 온순하게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개선·재소자에 대한 올바른 국가관 확립 등으로 우수 직장 새마을 상을 타기도 했던 광주교도소는 이제 그림과 글씨 「붐」이 철창 안에 가득 찼고 재소자들은 전시회 작품준비에 여름을 잊고 있다. 【광주=김국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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