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복수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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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신 이후 9대 총선때 1구2인 선출을 위해 선거구를 조정하면서 여야가 고육지책으로 급조해낸 공천방식이 이른바 「복수공천」.
공천작업과정에서 △합구로 현역의원 2명이 한곳에 몰린 경우 △당 중진「소화」 △재야인사영입 등 정책적 배려에서 공화당이 지방7개구, 신민당이 대도시10, 지방4구 등 14개구에서 복수 공천했다.

<고육지책의 선거구조정>
선거결과 공화당은 고양-김포-강화 (김유탁·김재춘) 충주-중원-제천-단양 (이종근·이해원) 청송-영덕-울진 (문태준·오준석) 충무-통영-거제-고성 (김주인·최재구) 등 4개구에서 완승, 나머지 3개 지구에서 반승했으나 신민당은 서울마포-용산(김원만·노승환)에서만 완승하고 반10개구, 완패가 3개구에 이르는 참패로 끝났다. 결국 공화당은 14명이 출전, 11명이 당선했고 신민당은 28명이 나서 12명만 당선하고 16명이 낙선, 당선률은 각각 8할과 4할로 2대1을 기록했다.
승패는 여하간 복수공천은 공천과정의 어려움을 힘겹게 극복하더라도 선거전에서 당선 후까지 상당한 문젯점을 안겨준다는게 9대 총선이 남긴 교훈이다.
선거전의 경우 득표운동가능 구역의 제한·분할이 문제.
공화당은 『출신지역별로 관할구역을 나눠 「월경금지」신사협정을 맺고 철저히 지키라』고 특별선거지침을 시달하면 그런대로 「표밭」분할관리가 가능하지만 신민당의 경우는 계파·자금원이 서로 다르고 공천경합과정에서부터 크게 반목해온 「라이벌」들이 설사 신사협정을 맺는다해도 현실적으로 「준수」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공화당과 달라 이를 통어해줄 당의 강력한 힘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선후의 어려움도 마찬가지. 복수당선자간의 신경전은 「누가 지구당을 관리해야하느냐」로 부터 시작, 「월경금지」협정의 계속 이행문제, 공천경합 등 복잡하다.
공화당은 월경금지협정을 그대로 이행토록하고 지구당위원장을 교대로 맡게하는 궁여지책을 쓰고있으나 신사협정준수를 둘러싼 마찰은 상상외로 크다.
같은 당이면서도 한 선거구 안에서 적대(?)되는 두 세력이 지역별로 대결, 「군대항전」을 연출하기 일쑤이며 선거구민들에게서는 「반쪽국회의원」이란 불평 섞인 조롱을 듣는 형편이다.

<대면 꺼리는「불편한 관계」>
경주지역에서 복수 당선한 모선거구 두 의원은 당내에서도 알려진 「불편한 관계」이며 이같은 사정은 대부분 다른 복수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주석에서조차 서로 떨어져 앉으려하고 괜스레 서로 못마땅한 표정을 짓게되는 등 「대면기피증」 까지 드러내는 실례조차 있는 형편.
복수당선지역인 어떤 선거구당원들은 모순 점을 지적, 10대엔 복수공천을 피해달라는 건의문을 이미 중앙당에 전달했다는 말도 있다.
신민당복수지역인 마포-용산의 김원만·노승환 의원도 어느 선까지는 서로 월경을 삼가왔었으나 선거가 다가오면서 「경계선」이 흐려져 가고 있는 상태. 두 의원의 임기가 끝나 가는 현재까지도 지구당위원장이 없는 사고당부.
한영수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한 후 신민당에 입당하는 바람에 복수지역이 된 서산-당진은 지구당위원장인 유제연 의원과 한 의원사이에 눈에 띌만한 갈등은 아직 없었으나 아무래도 공생보다 독생을 바라는 움직임.
그러나 여야 함께 10대복수공천자가 특히 곤혹을 느끼게될 어려움은 선거법개정으로 신설된 「투표구 참관인제」에 따른 참관인선정문제. 제1, 2당이 투표구마다 2명의 참관인을 「정당별」로 내게돼 있어 누구 쪽 사람을 선정하느냐로 승강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중앙당지원의 균등배분여부도 항상 잡음이 따르는 문제.
여야는 10대 공천에서 △선거분위기의 과열을 막고 (공화) △ 「정치부재」로 여야가 국민의 지지기반을 함께 잃고 있기 때문에 완패할 위험부담이 크다(신민)는 이유로 기왕의 복수지역마저 단일화할 기미다.

<투표참관인 선정도 문제>
공화당공천은 당사주변의 기류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유정회로의 전출로 조정하거나 탈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조정이 불가능할 경우를 상정한다면 복수당선 4개구의 재복수공천 가능성과 추가복수공천도 일단 상정해 볼 수 있다.
신민당쪽에서도 집단지도체제이후 첫 총선인 까닭에 전력약화를 가져올 복수공천을 지양, 9대 의석을 상회토록 해야한다(이충환)는 6두마차보위라는 측면에서, 9대 때의 실패를 거듭하지 말아야한다(송원영)는 시행착오지양이란 면에서 단일공천기운이 팽배해있다.

<경합 치열한 신민당 계파>
그러나 9대공천심사위원장이던 이철승씨가 『30년 야당의 뿌리가 얽히고 설켜 의리와 정 속에 고심했다』고 실토했듯 10대에도 계파간 경합이 벌써부터 치열한 신설구·원내외 대치지구·복수당선지구 등 줄잡아 10개 내의 선거구에서의 복수공천 가능성을 외면할 수가 없다.
다만 이 경우 현역의원이 2명이 있는 지역에 국한해야한다는 주장(신도환·이중재)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느냐에 따라 증감이 좌우될 것 같다.
이기택 사무총장은 『특수예외지구 2, 3개를 제외하곤 모두 단일공천을 해야하며 두 사람의 우열을 가리기가 끝내 힘들다면 추첨을 해서라도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
어차피 복수공천이란 여야가 함수관계에 있어 결국 한쪽의 향방에 따라 다른 한쪽도 판가름나겠지만 「정치부재」 「정당부재」를 의식하는 국민들의 친선은 양쭉 모두에게 복수지양의 강박요인으로 작용할게 틀림없다. <주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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