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옥수수밥·저녁은 죽을 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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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해상에서 한국해군에 구조됐다가 송환을 거부, 한국에 남게된 북괴 오리섭 부선장(44)은『북한의 김일성은 인민의 생활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모든 국력을 전쟁준비에만 쏟아 광분하고있다』고 폭로했다. 오 부선장은 4일 상오 10시 서울 중구 태평로 신문회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말하고 북한동포들은『모든 재산을 전쟁준비에 빼앗겨 아침밥은 강남밥(강냉이와 강남콩을 섞어 만든 밥), 저녁은 매일 죽을 끓여먹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잔류동기에 대해『남한에 와서보니 극한상황 속에서 끼니를 잇기 어려운 생활을 하다가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았다』며 학교 다닐 때부터 남한에 가기를 꿈꾸어 오다가 육로로는 남쪽으로 탈출할 수 없어 해상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에 어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이어 자신이 만약 북한에 다시 갔었더라도 가족들이 김일성으로부터 받는 피해는 똑같았을 것이라고 말하고『이판사판일 바에야 자유로운 곳에서 살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송환을 희망한 동료어부 4명도 마음속으로는 한국에서 살기를 희망했었다』고 설명하고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공업단지와 관광유원지 등을 둘러보고 발전된 모습에 놀랄 때가 많았다고 했다.
오씨는 또 동료 4명이 북으로 간 것은 자신처럼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송환자들의 판문각 앞「스트리킹·쇼」에 대해서는『이들이 진심에서가 아니라 김일성으로부터의 죽음을 모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것』이라고 몰이했다.
특히 북한의 대남선전 활동에 대해서는『김일성이 북한동포에게 들려주는 모든 선전은 거짓말뿐이며 참모습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구조된 뒤 인천항에 첫발을 내디디면서부터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서는 북쪽사람이 만약 남한에 가면 모두 죽인다고 위협했으나 막상 사람의 목숨을 존중하는 곳은 남한이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밖에 매일 김일성의 거짓선전과 압박 속에 신음하고 있는 1천6백만 북한동포들이 불쌍하기 짝이 없다면서 통일의 날까지 참고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또 남한동포들도 자유스럽게 놀더라도 일할 때는 더욱 열심히 일해 통일의 그날을 위해 다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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