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함께 타기」운동 한돌|이웃간의 "벽"이 낮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여의도「아파트」주민들이 벌이고 있는「자가용 함께 타기」운동이 좋은 성과를 거둔 채 지난 6월로 한 돌을 맞았다.
지난해 6월 한양「아파트」F동 통장 김희정 씨(45)와 주민들이 반상회를 통해 자가용 교대로 시작한 이 운동은 이제 여의도 전역으로 번져 하루 7백∼8백대의 자가용이 이 운동에 참가하고있다.
처음 이 운동이 시작될 때만해도 타려는 사람이 없었던 점이 큰 문제였다. 지난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 운동에 앞장서온 경희대의대 부속병원장 김순용 박사(57·한양「아파트」902호)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사재로 여의도「아파트」단지 3곳에「새마을 승차대」를 만들었다. 또 한양「아파트」주부들은 어깨띠를 두르고 매일 아침 출근길 도롯가에 나가 전단을 돌리며 호객「캠페인」을 벌였다.
김 박사와 주부들의 경성은 성과를 얻어 지난 5월부터는 여의도 안의「아파트」주부들도 참가하게되었다.
이 운동은 그 동안 수많은 괴롭고 보람있는「에피소드」를 낳았다.
퇴근할 때 같은 방향의 탑승자를 태우려고「택시」나「버스」정류장 근처에 차를 세웠다가 영업용차 운전사들로부터 봉변을 당한 일.
교통경찰관으로부터 주차위반이나 자가용영업행위로 오인되어 단속된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밤늦게 호객(?)을 하다 탑승자를 태웠을 때는『보기에는 그럴 듯한 사람이 할 일이 없어 자가용 영업을 하느냐』고 핀잔을 주며 차비를 내고 내릴 때는 이 운동의 취지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 일도 있었다.
그러나 괴로운 일 이면에는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끼는 일도 많았다.
주례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신혼부부를 태워다주고 생각지도 않게「크리스머스·카드」를 받은 일, 외국사람을 태워주고 서투른 한국말로『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큰절을 받은 일 등은 잊혀지지 않는「에피소드」중의 하나.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은『「러시아워」의 교통난 해소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이웃간에 마음의 벽을 헐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하게된다』며 이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 범시민운동으로의 확대를 바라고있다.
【엄주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