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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관피아 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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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4년 5월 20일자 30면>
관피아 척결, 현직 낙하산부터 잘라내고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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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관료 마피아(이하 관피아)’ 척결 방안을 내놓으면서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폐쇄적인 조직문화’ ‘무사안일’ 그리고 ‘민관 유착’이다. 이런 문제들은 사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관행으로까지 침투한 고질적이고 뿌리 깊은 적폐(積弊)다. 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제2의 세월호를 막을 수 없다. 우리가 이번 세월호 참사로 배운 교훈도 바로 그것이다.

 대통령이 내놓은 대책은 관피아의 출·입구를 틀어막는 쪽에 집중돼 있다. 안전감독 업무 관련 유관단체 기관장이나 감사에 공무원을 배제하고,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더 강화해 관피아의 민간 쪽 출구를 좁혔으며, 5급 이상 개방형 직위에 민간인 공모 비율을 50%로 높여 관피아의 입구도 크게 제한했다. 언론과 야당의 주장도 받아들여 고위 공직자는 퇴직 후 10년간 취업기관과 직급을 공개토록 하는 ‘취업이력공시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런 대책들은 제대로 시행되기만 하면 관피아 근절에 효과를 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것도 부족하니 아예 낙하산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만큼 관피아의 적폐가 크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해관계가 얽힌 유관 기관·협회에는 낙하산을 전면 금지하는 보완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실천이다. 역대 정부마다 출범 때는 관료와의 전쟁을 선포했다가 후반엔 백기를 드는 일이 되풀이됐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 초 ‘낙하산 근절’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현 정부 들어 공기업 기관장의 52%가 관료 출신으로 채워졌고 그중 직속 감독 부처 출신 낙하산 비중이 80%로 이명박 정부 때보다 되레 높았다. 말과 의지만으로 관피아 근절은 불가능하다. 당장 현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낙하산 관피아부터 본보기로 잘라내는 결연한 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런 각오 없이 관피아와의 전쟁은 백전백패다. 그게 세월호의 생때같은 목숨 300이 남긴 명령일 것이다.

한겨레 <2014년 5월 21일자 35면>
‘낙하산’ 꽂으며 ‘관피아’ 잡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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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의지를 밝혔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봐주고 눈감아주는 민관유착의 연결고리로 관피아를 찍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관피아를 양산하는 ‘낙하산’ 인사 관행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래서는 공직사회 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관피아 문제 해결 방안으로 퇴직 공직자에 대한 취업제한 규정의 강화를 제시했다. 취업제한 대상 기관을 대폭 늘리고, 퇴직 후 취업 이력 공시제도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관피아가 발붙일 수 있는 곳의 입구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검찰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검찰은 21일 김진태 총장 주재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어 관피아가 연루된 민관유착의 비리 유형을 나눈 뒤 유형별 범죄 정보 수집과 동시다발적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암 덩어리’와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나 해양경찰 출신의 공무원이 퇴직 이후에 산하기관에 취업하는 관례는 관리감독의 부실을 야기했고, 결국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이 되었다. 또다른 참사를 예방하려면 관피아를 척결해 민관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그러나 공공기관까지 포함한 전체 공직사회 개혁은 관피아 척결로만 안 된다. 공공기관의 관료 낙하산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정치권의 낙하산이다. 선거에서 탈락한 여당 출신 정치인이나 권력 실세의 측근, 또는 그 언저리에서 맴돌던 인사들이 보상 차원에서 공공기관 주요 보직을 꿰차고 앉은 경우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바로 이런 낙하산들이 공공기관에 즐비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을 보면,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새로 선임된 공공기관장 153명 가운데 낙하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가 75명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관료 출신이 전체의 33.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여당이나 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 출신도 15.6%나 된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월 “새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헛말이 된 셈이다.

 어느 정부에서든 공직사회 개혁과 부패 척결은 힘든 과제다. 특히 국정 최고책임자가 입으로만 개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면 더 힘들어진다. 국민의 분노만 쌓일 뿐이다.

[논리 vs 논리] 현직 낙하산 손보라는 중앙, 정피아부터 없애라는 한겨레

지난달 19일 세월호 대국민 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다짐했다. 담화에서 “민관 유착은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 년간 쌓이고 지속돼 온 고질적인 병폐”라고 했다. 정부와 민간 업체가 이권으로 서로 얽혀 있는 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나아가 관료조직이 이익공동체처럼 돼버린 현실에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

 502명이 숨진 삼풍백화점 참사와 192명이 죽은 대구 지하철 사고 때도 실형 선고를 받은 공무원은 거의 없었다. 관피아를 깨뜨리지 않고서는 세월호 결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같은 국가적 비극이 언제든 거듭될 수 있다.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한목소리로 ‘관피아 척결’을 외친다. 한겨레는 관피아를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암 덩어리와 같은 존재”라고 본다. 중앙일보도 “(관피아) 문제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제2의 세월호를 막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관피아 문제 해법에 있어서는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다. 중앙일보는 관피아에서 비롯된 폐쇄적인 조직문화나 무사안일·민관 유착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관행으로까지 침투한 고질적이고 뿌리 깊은 적폐(積弊)”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한 재계 인사는 “모피아(재무부+마피아)가 산하 기관장 자리들을 70세까지 차지하고 있어 현직 관리가 금융기관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 후 숱한 개혁 노력이 있었지만 관료 카르텔은 강해져만 갔다.

 ‘파킨슨의 법칙’이 있다. 한번 만들어진 조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부서 수는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고, 일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공무원 숫자도 늘어만 간다. 관리들이 감투를 늘려 이권을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관피아의 핵심은 숱한 자리들을 위인설관(爲人設官·어떤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일부러 벼슬자리를 마련함) 식으로 만들고, 공직 선후배끼리 끌어주고 당겨주며 이권을 이어가는 데 있다. 중앙일보가 “이해관계가 얽힌 유관 기관·협회에는 낙하산을 전면 금지하는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단호한 대책을 요구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현 정부 들어 임용된 공기업 기관장 중 낙하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전체 직위 중 해당 공기업의 직속 감독 부처 출신이 차지한 자리의 비율은 80%로, 이전 정권 때보다 높다고 한다. ‘관료와의 전쟁’이 얼마나 어려운 싸움인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중앙일보는 “당장 현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낙하산 관피아부터 본보기로 잘라내는 결연한 실천”을 강조한다. 이권의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관피아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뜻이겠다.

 한겨레는 “공직사회의 개혁은 관피아 척결만으론 안 된다”고 진단한다. 한겨레는 ‘정치권의 낙하산’, 즉 ‘정(政)피아’ 문제에 더 집중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선임된 공공기관장 가운데 낙하산으로 분류될 만한 인물은 75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 여당이나 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 출신으로 꼽히는 이들의 비율은 15.6%나 된다.

 정피아는 관피아가 번창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관피아들은 ‘관련 분야 전문성’을 앞세워 자신들을 방어한다. 정피아들에게는 이마저도 부족하다. 선거에서 탈락한 여당 출신 정치인, 권력 실세의 측근들이 임명된 자리에 요구하는 식견을 갑자기 갖추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들은 관피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구성원 마음을 사려고 복지 혜택 등의 선심정책을 펴느라 조직을 망치기도 한다.

 민주주의는 법과 규율로 굴러가야 한다. 반면에 관피아들은 인맥과 관계의 힘으로 정부 조직을 쥐락펴락한다. 이들로부터 정부와 국민을 구해낼 길은 무엇일까.

 한겨레는 “어느 정부에서든 공직사회 개혁과 부패 척결은 힘든 과제”라는 점을 인정한다. 중앙일보도 “(관피아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말한다. 정권은 5년이지만 관료조직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피아 때문에 세월호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3년상을 치르듯 긴 호흡으로 정피아·관피아 척결에 매달릴 일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다음 주 논점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6월 10일자에는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주제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비교 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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