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 신용장 발급 기피|개선 대책 못 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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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출업체의 하청 내지 임가공 중소 업체에 대한 「로컬」 LC (내국 신용장) 발급·기피 현상에 대해 수출업체와 중소업체는 그 책임을 서로 밀기만 하고 있어 관계 당국이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지 않고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할 것 같다.
경제 4단체는 최근 수출업체가 고의로 「로컬」 LC 발급을 기피함으로써 중소 하청 업체가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데 대한 그 원인과 개선 대책을 세우기 위해 공동 조사를 실시했으나 수출업체 측 조사를 맡은 전경련·대한상의·무협 측 보고와 중소업체 조사를 맡은 중소기업 중앙회 결과가 크게 달라 대책 수립에는 실패했다.
27일 조사 결과에 의하면 수출업체 측은 「로컬」 LC 개설 부진 이유를 하청 업체의 수용 태세 부족 (55·6%)으로 돌리고 있으나 중소기업 측에서는 자체 수용 태세 미비는 21·5%에 불과하며 발급 요청을 해도 수출업체가 발급을 안 해주는 경우가 66·2%로 압도적이며 발급 기피는 수출업체가 저이 수출 금융을 독점 사용키 위해서인 것 (58%)이라고 보고있다.
「로컬」 LC 발급 상황은 하청 업체 조사 결과 전체의 40·6%가 전혀 받지 못하고 있으며 받는 경우에도 51% 이상 받는 경우는 34·1%에 불과하고 65·5%가 50% 미만으로 「로컬」 LC 발급은 일부에 국한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또 수출업체 측 조사에서도 하청 업체에 대한 「로컬」 LC 발급은 전체의 33·7%에 불과하며 81개 조사 업체 중 28개 (34·6%)는 전혀 발급치 않고 50% 이상 발급하는 업체는 겨우 22개 (27·2%)에 불과해 이제도가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수출업체들은 수출용 원자재 또는 수출용 완제품 구입 경우에는 거의 1백% 「로컬」 LC를 발급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지위가 취약한 중소 하청 업체에만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중소업체는 이를 알면서도 앞으로의 거래 중단을 우려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장치된 고발 등의 자구책을 강구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됐다.
경제 4단체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출업체가 자금 이용 등을 위해 「로컬」 LC발급을 고의적으로 기피하는 경우 당국은 이의 규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것을 건의하는 한편 업계 자율적으로 이러한 사례를 방지키 위해 중소기업 중앙회가 발급 기피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보고 받아 무역을 포함한 타 경제 단체에 이를 통보, 해당 경제 단체는 당해 회원 상사에 이를 전달, 중재키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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