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증만 있고 단서는 감감 |원점서 맴도는「청구 초등교 연쇄 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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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성동구 청구 초등학교 3개 교실 연쇄화재 사건은 학교 내부인(문제아동)에 의한 방화라는 심증만 굳혔을 뿐 사건발생 10일이 다되어도 수사가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경찰은 처음▲문제학생▲내부 불만자▲학교주변 불량자의 소행 등 다각적인 방향으로 수사를 폈으나 처음 불이 난 1년2반 교실 바로 옆 교실(1년 17반)에서 발견된 성냥통이 이 학교 1년l2반 담임인 임 모 교사가 갖고 있던 것으로 밝혀지는 등 사건정황으로 보아 문제아동 내부인의 소행으로 판단, 압축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일한 범인의 유류품으로 보이는 이 성냥통은 당초 l년11반 담임인 노 모 교사(여)가 갖고있던 두 통 중의 한 통으로 지난 3월 초 날씨가 추워 난로를 피우면서 임 교사가 빌어간 것.
그 후 임 교사는 이 성냥통을 교실 안 담임선생 책상 서류철 위에 두었으나 언제 없어졌는지 모른 채 방치하고 있었다.
사건발생 후 임 교사가 담임으로 있는 1년12반과 성냥통이 발견된 1학년17반 교실은 두 담임이 번호열쇠를 채웠다는 주장과는 달리 교실 문이 열려 있었다.
두 담임 선생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범인은 1학년 12반에서 성냥통을 훔쳐 3개 교실에 잇달아 방화를 한 후 1년17반에 성냥통을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두 교실의 번호열쇠를 열 수 있는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각 반의 열쇠번호를 알고있는 사람은 담임과 학생 5∼10명씩 있는 것으로 밝혀냈으나 두 교실 열쇠번호를 동시에 알고 있는 학생은 없어 수사는 벽에 부딪쳤다.
결국 교실문의 열쇠를 채웠다는 두 담임 교사의 진술 중 한 진술이 착각에 의한 것이거나 책임을 두려워 한 고의에 의해서 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사실 경찰은 6∼12세밖에 안 되는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수사를 펴야하기 때문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아동들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영웅심리 때문에 신빙성이 없는 엉뚱한 제보 등을 해 오는 바람에 시간과 인력만을 낭비하고있는 실정.
또 학교당국이나 교사들도 자신이 맡고 있는 아동이 범인으로 밝혀질 경우 책임을 의식해 아동들의 행위를 은폐 또는 비호하는 경향까지 있어 수사는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연 인원 2백 여 명의 수사진이 수사대상으로 삼은 사람만도 장기 결석자 27명, 가제적자 3명, 열등아동 5명, 말썽꾸러기 13명, 주변 불량배 20여 명 등 3백 여 명에 달하고 있으나 수사는 별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장기화 할 전망이다.【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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