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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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러시아」의 민화에 나오는 얘기다.
어느 가난한 농부가 지주로부터 큰 선물을 받게 되었다. 말(마)을 타고「시베리아」의 광활한 벌판을 마음껏 달려서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면 그만한 땅을 주겠다는 것이다.
농부는 이른 새벽에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며 길을 떠났다. 그러나 약간 시간이 지나도록 그 농부는 나타나질 않았다. 어느새 서녘엔 해가 기울었는데 그때서야 농부는 숨이 차서 돌아왔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그 자리에서 기진 해 쓰러진 농부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민화는 땅에 대한 인간의 집념이랄까, 욕심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비장한 예화로 교훈을 주고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75년10월 현재 3백51명(1평방㎞당). 이것은 1억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섬나라 일본의 수준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다. 전국토의 4분의1이 해발「제로」이하인「네덜란드」도 우리보다는 40명이나 적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국토가운데 가용면적은 겨우 33%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이 쓸 수 있는 면적을 기준으로 한 실제의 인구밀도는 통계숫자의 3배에 가까운 1천명 수준이다.「홍콩」의 인구밀도가 3천9백 명인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숨막히는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농지·공장부지·도로·하천·호수, 그밖에 공공시설을 제외하면 남는 땅은 더욱더 좁아진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52%는 지금 도시에 몰려 산다. 도시의 인구밀도는 무려 8천명에 달한다. 아마 세계의 어느 도시에도 이런 밀도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속담에 『신은 하늘을 만들었고, 「네덜란드」인은 땅을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전국토의 4분의1이 바다보다 낮은 물을「네덜란드」사람들은 개발해서 쓰고있다. 그 나라 풍물의 상징이 되고 있는 풍차도 국토개발을 위해 발명해낸 슬기이다. 지금도 비행기에서「네덜란드」를 내려다보면 바다 한가운데로 끝 닿은데 없이 둑을 쌓고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개미가 역사하듯 쌓고 또 쌓으며 국토를 일구고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토지투기「붐」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땅은 유한한데 그것을 가지려는 사람과 그 욕망은 무한한 것이다.
실로「러시아」의 민화는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 같다. 정부는 이런 토지과열에 찬물을 끼얹는 제도적 장치를 궁리하고 있는 모양이다. 차제에 국토개발에도 더욱 깊은 성의와 관심을 갖는 일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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