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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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문서란 의사의 전달과 내용의 확인을 목적으로 작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거기에는 필수적으로 전달 또는 확인하고자 하는「메시지」가 담긴다.
그런데 그「메시지」가 불명확하다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 문서는 이미 문서로서의 구실을 못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문서가 의도하는 내용을 분명히 담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쉬운 용어와 간결한 문체가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공문서는 5·16이후 형식에 있어 일대 개혁이 단행되긴 했지만, 아직도 용어나 문체에는 구태의연한 구석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다.
더구나 지난 70년 공문서의 한글전용화가 이뤄진 뒤부터는 한문용어를 그대로 한글로만 표기한 것이 많아 공문서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해독 불가능한 경우마저 없지 않다.
공문서의 용어나 문체가 한글전용화 이후 8년이 지나도록 아직 구태의연한 까닭은 몇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한문 또는 일어식용어의 진정한 한글화를 위한 연구와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에 더해 적으나마 이뤄진 연구성과의 활용노력마저 모자랐다. 그렇게 된 데는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가 권위를 더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관료주의적 권위의식도 적지 않이 작용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려운 용어의 사용이 권위를 더한다고 보는건 기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사실관계로서도 그렇지 않을뿐더러 이는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민주공무원의 기본자세에도 어긋나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공문서에는 순전히 공무서 내부에만 관련된 문서도 있지만, 민원서류를 비롯해 상당한 부분의 공문서는 일반국민들의 이해와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공문서도 일종의 공공「서비스」로서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공공「서비스」라면 당연히 의사전달에 막힘이 없도록 쉽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할 의무를 국민에게 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러한 의무를 다하자면 좋은 한글용어를 만들어 내는 노력과 공무원들이 이를 활용하는 노력이 합쳐져야 한다.
우선 행정근대화의 일환으로 각 부문별 공문서 용어집을 만들어야 하겠다.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는 물론 관계 공무원뿐 아니라 국어학자와 각계전문가들의 지혜를 빌어야 할 것이다.
우리말에는 형용사가 풍부한 반면 논리성이 부족하고「비즈니스」용어가 빈약한 면이 없지 않다.
공문서 용어를 만들고 다듬어 가는 노력은 이런 면을 상당히 보완함으로써 우리말을 풍부하게 하는데도 기여하리라 생각된다.
용어의 한글화 과정에서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억지 한글화의 유혹이다.
외래어나 한자용어일망정 평이한 우리말로 정착된 것까지 구태여 한글화하려 한다거나 한글을 전용한답시고 일상 언어감각에 맞지도 않는 우스꽝스런 말을 만들어 내는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 용어뿐 아니라 공문서도 유형별로 분류해 모범적인 공문서의 예문을 제시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애써 연구해낸「스타일·북」도 실제 공문서 작성에 활용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만큼 직무교육과 연수 등을 통해 숙달, 활용되도록 하는 노력이 꾸준히 경주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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