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팀」농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이런 구절이 성서에 있다.
그러나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는 씨는 없다. 땅속의 미생물이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 것이다.
불과 1g의 흙속에도 최소한 1천만에서 l억개에 이르는 세균들이 들어있다.
그밖에도 곰팡이가 수백만개에 이르고 조류나 「아외바」와 같은 원생동물도 수만개씩 들어있다.
사실은 이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베풀어준 구세주나 다름이 없다.
가령 쓰레기통에서 제일 많이 발견되는게 「슈드모나스」계의 세균이다. 이게 살충제의 「마라티온」을 먹으며 자란다는 사실을 얼마전에 「캘리포니아」 대학의 「P·H·시」박사가 발견했다.
요즈음 자주 거론되는 농약공해중에서도 가장 흉악한 범인이라할 유기수은과 「카드륨」 도 바로 K62라는 세균의 밥이다. 이 세균하나가 1억개의 수은원자를 잡아먹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농약을 아예 쓰지않는 것만 못하다. 그런 때에도 흙속의 엽생물들이 큰 몫을 한다.
최근 일본에서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이른바 4차원농법도 미생물·세균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먼저 버섯을 재배하고 이때 쓴 볏짚을 사료로 쓴다. 그리고 이렇게하여 기르는 우사에는 톱밥을 깔고, 이것이 썩어서 퇴비가 되도록 한다.
퇴비가 쌓이면 그속에서 지렁이와 미생물벌레들이 자라게 마련인데 이게 또 기막힌 닭밥이 된다.
??에서 생기는 퇴비는 또 값진 비료가 되고 이렇게하여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자연식품들이 생산된다.
그러나 이와같은 이른바 UFO농법만으로는 충분한 식량의 증산을 바랄 수가 없다. 이래서 세계 각국에서 이른바 「시스팀」 농업이 아울러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령 「빈」의 교외에서는 식물공장이 한참 가동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비닐·하우스」재배가 아니다. 일조·온도·습도·풍량등 모든게 「컴퓨터」로 자동 조절되고 있다.
이런 식물공장이 서구엔 대규모의 것만도 30개 이상이나 있다. 이를데면 「식량을 만드는 공업의 한 부문으로서의 농업」을 목표로 삼고있는 것이다.
「컴퓨터」 농원에서는 같은 면적에서 재래의 농법으로 경작할때보다 5배 가량이나 수확이 많아진다.
확실히 세계의 농업은 크게 달라져 가고있다.
영국에서는 식물로부터 만든 인조쇠고기가 실용단계에 이르고 있다. 천연「가스」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기술도 연구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극소수지만 자연농법 또는 유기농법에 전 생애를 쏟고있는 독농가들이 있다. 반가운 일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