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끼 심한「브레즈네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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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5일AP합동】미국무성특별고문으로 있던「헬무트·소넨펠드」씨는 1976년1월21일 「크렘린」에서「헨리·키신저」당시 국무장관의 옆에 앉아서 맞은편에「레오니드·브레즈네픈」소련공산당서기장과 핵무기 제한에 관한 협상을 벌이던 중 난데없이「브레즈네프」로부터 손목시계를 바꾸자는 제의를 받았다.
그는 자기 시계가 장모의 선물이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명했으나「브레즈네프」 는 자기의 금시계에다 다른 손목시계 하나를 더 얹어 줄 테니 바꾸자고 졸라댔고 옆에 있던 「키신저」가 발끝으로 다리를 쿡 찌르는 통에「소넨펠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시계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자「브레즈네프」는「러시아」어로 언젠가 두 사람이 그들의 시계를 다시 바꿀 것이라는 서약서까지 써주었다.
이 얘기는 그 후 널리 보도되었고 「브레즈네프」가 값싼 주석시계를 주고「소넨펠드」 의 값비싸고 귀중한 시계를 차지한 후안무치한 짓을 했다는 식으로 선전되었다. 「소넨펠드」는 당시 이 사건이『동서화해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우화』라고 말하면서『「브레즈네프」는 협상에서 내가 항상 강경 노선을 취하니까 나에게 골탕을 먹인 것』이라고까지 주장했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왜냐하면「소넨펠드」는 숙소에 돌아와서 살펴보니「브레즈네프」는 2개의 시계에다 금으로 된 시계 줄까지 얹어주었고 값으로 쳐도 이것은 자기 장모가 사준 시계보다 적어도 3배는 비쌌던 것이다.
그리고 그후 국무성의 의전관리들이「소넨펠드」에게 찾아와 미국관리들은 값비싼 선물을 받으면 재무성에 그걸 내놓거나 아니면 세금을 물어야 된다고 법조문을 인용하면서 따지고 들었을 때「소넨펠드」는「브레즈네프」가 써준 쪽지를 보여주면서 이 시계는 언젠가 도로 돌려줄 것이므로 선물이 아니라고 설명,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
또 하나 웃지 못할 사실은「소넨펠드」가 집에 돌아와 살펴보니 그가「브레즈네프」에게 준 시계는 장모가 사준 시계가 아니라 그가 전에「뮌헨」의 미군 PX에서 1백10「달러」를 주고 산 시계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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