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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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집「가」자의 상형을 보면 지붕 밑에 돼지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돼지는 중국인들의 상식 식품중 하나. 옛 동양인은 먹고 잠자는 곳을 집으로 생각했던가 보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플러스·알파」를 따로 생각해야할 것 같다.
생활의 즐거움, 여가, 편리, 외부로부터의 단절, 쾌적한 환경, 그리고 투자가치…. 요즘의 감각으로 이상적인 주택이란 이런「플러스·알파」들이 보장된 집을 말한다.
그러나 이상이 높을수록 현실은 얕아 보이기만 하다. 요즘은 서울 장안에서 시가 1천 만원 짜리 집쯤은 점점 찾아 볼 수조차 없게 돼가고 한다.「플러스·알파」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그런 집 값의 날개는 더욱 커진다.
최근 주택공사의 한 표본 조사는「마이·홈」을 마련하는데 무려 10년이나 걸렸다는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4가구 중 겨우 1가구만이 그런 길고 지루한 소망을 간신히 성취했다. 이것은 예외적인 행운인 셈이다. 6가구 중 1가구는 더욱 힘겹게 내 집을 장만했다. 15년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부동산값「인플레」현상으로 10년이 가고 l5년을 기다려도 파랑새는 끝내 손이 잡힐 것 같지 않다.
결혼 후 10년이면 가족은 적어도 4, 5명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부모를 모셔야하는 경우는 6, 7명의 가족을 거느리게 된다.
우선 이런 가구가 필요로 하는 주택의 구조는 적어도 방4개는 갖추어져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주택을 도회지에서 구하려면 적어도 2천만 원은 있어야 한다. 주택융자의 혜택을 받아도 그것은 겨우 5백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샐러리맨」이 10년의 월급으로 이것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목돈은 물론이고 융자금의 상환능력도 힘에 겹다.
『내집 마련 10년』은 어느새 꿈같은 얘기가 되어 버렸다. 어쩌면 그것은 한낱 무지개와 같은 환상에 그칠 일일지도 모르겠다.
근착 미주간지 「뉴스위크」를 보면 미국에선 방3개의 주택 값이 11만「달러」였다. 5천5백 만원. 우리감각으로 싼 집은 아니지만 미국 주민의 환경과 자질을 보면 결코 비싼 집이 아니다.
국민소득의 격차를 감안하면 우리 나라의 집 값은 터무니없이 비싼 셈이다. 그것은 땅값이 비싼 탓도 있지만 건축자재 값에도 원인이 있다.
「마이·홈」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환경의 택지조성과 각종 자재 값의 안정을 이룩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정부의 성의와 기술의 개발에 달려있는 문제들이다. 모든 시민들의 소박한 꿈이 허황되지 않게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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