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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구소 만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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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구소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역연구에서 지리적 잇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특색 있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계속 팽창하는 외형에『대학다운 이미지』를 불어넣기 위해 학교당국이 연구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지역대학」이 갖는 한계를 연구소활동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방대학가는 지금「연구소 경쟁시대」제주대가 「열대 농업연구소」를 구상하고 있는 것도 지역적으로는 한 귀퉁이에 있지만 대학의 기능으로는 적어도 「세계 속의 대학」이란 꿈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학계에 이미 큰 공헌>
영남대가 1천만 원의 연구비로 지난3월 출범시킨「민족문학연구소」등 영남일대의 전통문화연구에 독보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의지의 표현이다. 충남대는 행정수도 이전 설에 따라 앞으로 대전이 맡아야 할 국가교육기능을 정립하기 위해「교육발전연구소」를 세웠다.
한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알찬 연구를 계속해서 이미 학계에 공헌하고 있는 연구소도 많다.
수질시료 분석을 주로 한 동아대 「공해문제 연구소」는 세계학회에서 그 연구결과가 평가되어 학교보다 연구소 이름이 더 알려질 정도다. 바다를 끼고있는 부산대는「임해지역개발연구원」을 두고, 그 밑에 9개 분과연구소를 두어 특수성을 살린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중「한-일 문화연구소는」59년 발족했지만 유명무실하다가 70년 김정학 박사가 역사·고고학·민속학·경제학 등을 주로 한일관계측면에서 다루기 시작, 현재 25명의 교수로 연구「팀」을 짜고있다.

<지역 사회개발 병행>
공주사대만큼 백제문화를 깊이 파낸 대학도 없다. 이 대학의 백제문화연구소는「백제의 수도대학」이란 자부심 때문에 예산배정도 전혀 못 받으면서 안승주·신채식 두 교수의 연구열만으로 67년부터「백제문화」라는 논문집을 통해 백제문화에 관한 논문만 37편을 내 놓았다. 가장 정력적인 연구활동을 벌이기로는 원광대「민속학연구소」도 빼놓을 수 없다. 71년 김태곤 박사(현 경희대 교수)가 설립을 맡았던 이 연구소는 7년 동안에 민속학에 관한 2회의 국제학술회의를 가졌고『민간신앙자료집』5권, 『무가집』3권,『민속학대계』2권 등 많은 민속자료를 내놓았다. 이 연구소부설 무속박물관은 국보급5점·보물 급50점등 1천여 점의 자료를 모아 세계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북대「임산자원개발연구소」·계명대「지역사회교육연구소」·충북대「엽연초 연구소」 등은 전국 유일의 연구소로, 또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사회와 대학연결의 징검다리 노릇을 하는「활동」으로 특색을 살리고있다.
전북대 임산 연구소는『닥나무의 지역적 품종에 관한 연구』외 60여 편의 논문도 발표했지만 임산가공 공장·온실·연습림 등에서 10명의 교수가 연구를 통한 봉사를 한다. 충북 일대가 우리 나라 엽연초 주산지라는 점에서 충북대 엽연초 연구소의 역할도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연구가 대종이다. 계명대 지역사회교육연구소의 사회활동은 좀 색다르다.
지역사회주민의 지도력 개발이 연구소활동의 첫째 목적이다.「주부대학」「신부대학」등을 운영하고 수료생들로 주부「클럽」이·미혼여성「클럽」을 만들어 서예·음악·영어회화·미술 등 취미「클럽」활동을 통해 매주 1회씩 모임을 갖도록 한다.

<주민상대 월보까지>
또 매월1회씩 전 회원이 모여 전문가와 함께 토론하는 모임도 갖고 있다. 강연회·발표회도 갖는다.「평생교육」이란 사륙배판 4「페이지」소보를 매월 내는데 모두가 시민「클럽」이 회원대상의 글을 싣는다. 일종의「캠페인」을 하는 셈인데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대학을 주민들의 마음속에 심어준다』는 황종건 소장의 말.
이처럼 지방대학연구소의 영향력이나 활동 영역은 오히려 서울보다 크고 넓다.『문학적 자극이 적기 때문에 「××××연구소」라는 이름만으로도 커다란 기대의 대상이다』라는 어느 교수의 설명이 연구소가 갖는 위치를 실감케 한다.
조선대에는 최근 3년 동안에 10여 개의 연구소가 새로 생겨 모두 26개의 연구소간판이 걸려있다. 서울대의 27개를 빼면 수적으로는 전국 최고의 연구소를 갖고 있는 셈이다. 전국에 대학부설연구소는5백6개. 그중 지방 40여 개 대학에 2백29개가 있다·
문교부가 연구활동을 위해 지윈 하는 연구조성비는 올해 30억 원. 지방대학 연구소에까지 가면 모두가 1백 만원 미만이 된다. 그렇다고 학교가 간판으로 내세우는 연구소 1∼2개 외에 특별한 지원도 없다. 외부에서 연구비를 따오기는 더욱 어렵다. 학교의 연구비 배정을 위한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방대학이 갖는 지리적 강점을 활용하는 연구와 함께 우수한 학생들을 학문의 길로 끌어들이는 장소로도 활용되어야 할 지방대학연구소에 대한 학교측의 투자가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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