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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 많아도 실용화 안되는 「특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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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발명가의 기술 내용에 대한 공개의 댓가로서 일정 기간 그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해 주는 이른바 특허 제도가 나라마다 실시되고 있다. 발명을 장려하고 보호해줌으로써 기술혁신에 이바지하자는 것이다.
우리 나라도 매년 많은 특허가 출원, 공고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아이디어」 자체에서 끝나고 실제로 이용되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해 본래의 기대 효과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특허청 (청장 안영철)은 우리 나라 특허가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6월부터 전국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특허 활용 센서스를 실시할 것이라 한다.
47년 이후 77년말까지 31년간 특허출원 건수는 총 3만5천3백87건으로 전체 공업 소유권 출원 건수 29만6천5백74건의 11.9%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76년 한햇동안만 해도 16만1천건의 특허가 출원되었는데 이는 전체 공업 소유권 출원 건수의 29%에 해당된다. 특허 출원 숫자로 비교하면 우리 나라는 일본에 60년이나 뒤떨어져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기술혁신의 간접적인 척도인 전체 출원에 대한 특허 비율도 일본의 3분의1에 불과한 실정이다.
등록 건수는 31년간 총 9만9천7백78건으로 이중 특허는 5·6%인 5천5백94건으로 74년부터는 오히려 외국인의 국내 특허 출원이 내국인보다 더 많은 형편이다.
또 일본은 특허 출원의 90%이상이 기업체에서 출원되고 있으나 우리 나라는 25%만이 기업체의 것이고 나머지는 개인 출원이라는 점도 일본과는 다른 양상이다.
투자가 많은 곳에서 좋은 발명이 나온다고 볼 때 우리의 발명품의 질도 그만큼 떨어진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우리 나라는 발명 장려를 위한 지원의 불모지다. 특허 제도가 이를 유도해주지 못하고 있다.
안영철 특허청장도 『발명 장려를 위한 지원책이 전무하며 특허권의 실용화마저 제대로 안되고 있고 게다가 특허에 대한 기업 최고 경영자의 인식마저 부족하다』고 안타까와한다.
외국의 경우는 일찍부터 발명 장려금 제도나 직무 보상 제도가 실시되고 있으나 우리는 법조문에서만 살아있을 뿐이다. 발명가들이 고안한 「아이디어」로써 시작품을 만들고 싶어도 돈도, 장소도 없다. 외국에서는 발명가를 위한 시작품 공작소나 개방 연구실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발명 특허가 국내 기업가나 자본주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약 l0%만이 기업화 될 뿐이다.
그나마 개인의 특허는 거의가 사장되고 만다. 이것은 국내 기업가의 외국 기술에 대한 막연한 의존 경향과 국내 특허에 대한 불신풍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발명가들에도 문제는 많다. 발명가 신석균씨 (한국 발명학 회장)는 『이제 발명도 고도의 지식과 기술에서 창출되어야지 목장이 장미가시에서 가시 철조망을 만들고 머리핀에서 클립을 만들어내는 그런 단순한 발명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또 이미 특허가 난 것을 혹시나 해서 다시 신청한다든지 기업이 타사의 눈치를 살피기 위한 기업 정보의 수단으로 특허출원을 하는가 하면, 신통 찮은 특허 하나로써 일확천금을 꿈꾸는 일부 『거리의 발명가』도 많고 손수 사업까지 하려고 달려들어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허다한 실정이다.
변리사 이준구씨 (대한 변리사회 부회장)는 출원 건수에 대한 공고율이 미국 70%, 일본 50∼60%이나 우리는 20% 정도라고 말하고 객관적이고 타당한 이유에서만 거절되는 심사가 아쉽다고 말한다.
현재 특허청에는 79명의 심판관이 있으나 심사가 밀려있는 건수는 70년의 2천4백건에서 73년에는 4천1백건, 77년말에는 1만1천건으로 늘어만 가고 그나마 이직이 심하다는 것이다.
또 특허 공고 4년째부터 내는 특허료를 납부 기간이 지났다고 사전 통고없이 일방적으로 등록 소멸시키는 폐단은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변리사들은 입을 모은다.
◇그밖의 도움말=▲한국 특허 협회 ▲박병문씨 (변리사) ▲문재원씨 (「에디슨·클럽」 이사장)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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