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산」에 빗나가는 학교 이전|강북 학교 터에 「고층」이 들어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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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도심지 학교 및 사설 학원 등의 강남 또는 외곽지 이전 조치가 당초 기대했던 효과와는 달리 오히려 도심의 인구 집중과 교통 혼잡을 가중시킬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는 70년대 중반부터 강북 도심에 밀집돼 있는 중·고교와 사설 학원 등의 강남 또는 변두리 이전 조치를 강력히 추진, 그 자리에 공원·운동장 등 도심 공간과 도서관 등 공공 시설을 충분히 확보토록 할 계획이었으나 이들 학교나 학원 등이 옮겨간 자리는 대부분 대기업체가 매입, 대규모 고층 사무실과 「호텔」「아파트」등을 신축할 예정으로 있고 일부는 또 다른 학교 부지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 당국이 추진중인 강북 학교 및 학원의 강남 또는 외곽지 이전 현황을 보면 76년2월 경기고 (이전지 강남구 청담동)의 이전을 시작으로 22일 현재 ▲휘문중고 (강남구 삼성동) ▲보인중상 (강남구 거여동) ▲염광중고 (도봉구 월계동) ▲대원중고 (성동구 중곡동) ▲동양공 (영등포구 고척동) ▲덕수상 (성동구 행당동) ▲성동중 (강남구 가락동) ▲경기학원 (용산구 한강로) ▲삼성학원 (동대문구 휘경동) 등이 이미 옮겨갔다.
또 서울고·배재중고·마포중고·동국대부중고·숭실중고·배명중고·신용산중·숙명· 정신여중고등과 대성·종로학원 등이 교지와 교사를 팔았거나 매각을 추진, 이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학교나 학원이 쓰던 부지와 건물 가운데 서울시 교육 위원회가 정독 도서관을 세운 경기고교 자리 이외엔 대부분이 서울시 당국의 당초 구상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이용될 전망이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지난 3월에 옮긴 휘문중고 부지 6천4백여평과 주변 8천여평 등 1만4천4백여평에는 매입자 측에서 15층 짜리 「매머드·빌딩」을 세울 계획으로 이미 시 당국의 미관 심의까지 끝나 건축설계도 작성에 들어갔고, 최근 서울시 교위가 1백10억4천6백여만원에 판 서울고 자리에도 대규모 사무실용 「빌딩」을 신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배재중고 자리 8천평 중 4천평은 학교 기념관으로 이용되지만 Y실업이 매입한 나머지 4천평과 K건설에서 사들인 동국대부중고·D보험회사에서 매입한 정신여중고 자리에도 대규모 「빌딩」을 세울 계획으로 있고, S주택에서 산 신용산 중학교 자리 (4천7백평)는 사무실 또는 「아파트」 부지로, C건축에서 산 덕수상고 자리 (4천여평)는 당분간은 전시관으로 쓰지만 앞으로는 「호텔」 또는 사무실 신축 부지로, 보인중상고 자리도 「호텔」등의 건물 신축 부지로 이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시 당국의 학교 및 학원 등의 외곽 분산 조치는 학교 시설의 지역적 안배와 도심지 상주 인구 감소에는 다소간 효과를 거두고 있으나 고층 사무실용「빌딩」 등의 도심지 밀집으로 주간 인구가 크게 늘어나게 됐고 지금까지는 학생들이 책가방만 들고 등·하교했으나 앞으로는 회사 임·직원 등이 각종 자동차를 몰고 출·퇴근하게 돼 교통 혼잡도가 가중될 것으로 관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폐단을 없애고 수도서울의 장래를 위해서는 비록 정부 당국의 재정 형편이 어렵다하더라도 이전하는 학교 부지 매입 자금을 서울시에 최대한 지원하는 방법 등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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