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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오싱, 제주 억새 찬양 자작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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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9일 개회식 기조연설에 나선 리자오싱(李肇星) 전 중국 외교부장은 ‘억새(중국명 망차오· 芒草) 찬가’로 아시아 건설을 역설했다. 그는 “몇 년 전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아름다운 억새를 보고 감동을 받아 ‘강인하고 고운 삶의 기상(俊<4FCF>的生靈)’이라는 제목의 시를 한 수 지었다”며 이를 읊었다.

 ‘취록시휘영해천(翠綠時輝映海天·푸를 때는 바다와 하늘을 훤히 비추고) 창백시소영분소(蒼白時笑迎焚燒·색이 바랬을 때에는 웃으며 몸을 태우네) 신춘재도맹발(新春再度萌發·새봄이 되어 다시 싹을 틔우니) 우일륜용의자호(又一輪勇毅自豪·다시 한 번 의젓한 용맹으로 호걸이 되네)’.

 리 전 부장은 “외교관으로 일하던 젊은 시절 건강할 때에는 제주도의 억새처럼 힘있게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며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몸을 불살라 연료를 제공하는 억새처럼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사람 모두 억새의 강인함과 수려함을 본받아 신(新)아시아 건설에 매진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개막식에 앞서 참석자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는 “ 한국인들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 위로를 보낸다”는 말로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이날 전직 외교부 장관과 외교·안보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한국 외교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간담회가 열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선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사회로 송민순·유명환·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이 발표자로 나섰다. 토론엔 길정우 의원,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김우상 연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외교 현장에서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중견국가로 성장한 한국의 국제적 책임에 대한 답을 모색했다.

◆특별취재팀=남정호·박소영·홍주희·정원엽 기자,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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