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극복에 희망과 용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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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맹위를 떨치고 있는 봄 가뭄은 갈수록 그 양상이 심각해져 좀처럼 해갈될 기미가 없다.
관상대도 현재로는 비가 올 기상배치가 없어 이 달을 넘어서야 비다운 비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비관적 예보를 하고 있다.
이미 전국의 저수율은 평균 58%선까지 떨어져 가뭄이 가장 심했던 68년 이맘때의 저수율 72%보다도 14%나 더 모자란다. 어쩌면 올해가 70년만의 가뭄이 될지도 모르는 숨가쁜 상황이다.
그러나 불볕 가뭄만을 탓하면서 발을 구르고 있을 때는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이 하늘의 시련을 극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할 때다.
실상 한국민들에게 있어 이러한 가뭄 이변은 올해 처음으로 겪는 시련은 아니지 않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었을 망정 거의 해마다 겪으면서 고난을 이겨온 것이 우리들임을 상기할 때, 많은 장비가 동원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된 오늘날에 있어 우리는 결코 하늘만을 탓하고 있을 때는 아닌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경북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40년래의 혹심한 한해를 당했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는 의지의 힘으로 우리는 작년에도 쌀 수확목표량 3천6백50만 섬을 거뜬히 달성한 기록을 남기기까지 했다.
돌이켜보면 인류는 수천년을 살아오면서 이보다도 더한 천재를 수없이 이겨내며 살아온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웬만한 지역에는 곳곳에 배수로와 양수기가 설치돼 있고, 가뭄극복 작전에 전력과 유류를 이용한 동력과 현대장비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비록 최악의 재앙이라 할지라도 사태에 냉정히 대처하고, 지난날의 체험을 살려 지혜와 의지력을 발휘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기에는 훨씬 유리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통계적으로 볼 때에도 전국의 천수답 20만8천㏊가운데 3만5천㏊는 조를 대파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이지만, 나머지 17만3천㏊는 6월 초순까지만 비가 내리면 모내기를 할 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밭작물의 타격이 전례 없이 심대하긴 해도 최악의 경우 그로 인한 감수는 20∼30%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 한다.
이렇게 볼 때 가뭄이 심하고 무더위가 고생스럽다 하더라도 너무 비관에 잠길 필요는 없다.
더구나 대부분의 지방에서 못자리만은 거의 구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쌀 수급계획 자체에 그렇게 큰 차질은 빚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오직 가뭄극복에 총력을 쏟고 있는 농민들과 함께 온 국민이 가능한 지원과 격려를 보내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해를 겪고 있는 농민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다같이 나누고 정부와 국민이 합심하여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껴 불타는 논밭에 떠다 붓는 투지와 끈기를 발휘해야 하겠다.
도시에서는 검소한 생활태도를 가져 수도물 한 방울이라도 나눠 쓰고 전기 한 등을 절약하는 절제를 생활화하고, 농촌에서는 「펌프」·관정·들샘 및 하천파기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 가뭄 피해를 극소화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이와 함께 정부는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자금투입과 장비지원으로 가뭄극복 비상작전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재난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자연의 횡포를 이겨내는 우리 겨레의 훌륭한 전통을 빛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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