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물을 쓰라"는 지시 무시|가로수에 수돗물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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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랜 가뭄으로 변두리 고지대와 관말지역 주민들은 심한 식수난을 겪고 있으나 서울시산하 일부구청은 이에는 아랑곳없이 가로수와 조림수 등의 고사방지를 이유로 급수차까지 동원, 강물이나 냇물대신 아까운 수돗물을 뽑아 나무에 마구 뿌리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가뭄이 계속되자 식수지 물 주기 비상대책을 세우고 녹지대 62만 평방m, 조림지 4백60m, 가로수 2만여 그루를 구청별로 할당, 비가 올 때까지 강물이나 냇물·우물물로 물을 주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일부 구청에서는 이에 대한 계몽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할당구역을 다시 관내 각 직장·학교·관공서 및 주민들에게 나눠 맡기고 아침·저녁으로 급수전이나 소화전에서 수돗물을 뽑아 물을 주도록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급수차와 소방차까지 동원해 쓰고있는 실정이다.
증산·불광·갈현·역촌동 등 고질적인 출수 불량지구가 20여 군데나 되는 서대문구의 경우 지난주부터 아예 구청 수도과 급수차 2대와 녹지과「트럭」1대를 동원, 급수전에서 물을 받아 나무 물 주기 작업을 펴고있어 고지대 주민들로부터『시민급수보다 나무 물 주기가 급하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시흥·독산동 등 출수 불량지구가 있는 영등포구의 경우도 한강물을 바로 옆에 둔 채 급수차 1대와 소방차·트럭 등을 동원, 급수전·소화전에서 물을 받아 매일 3천∼4천명의 시민·학생들이 가로수·녹지대에 물을 주도록 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관내 31개 자연보호회, 21개 학교 학생 등 6만4천명을 동원, 수돗물로 영등포 입체교차로, 시흥「인터체인지」, 5·16광장 녹지대 등에 물을 주었다.
도봉구도 우이천·중랑천 등이 있으나 이물을 나무에 줄 경우 나무에 해를 미칠 것이라는 이유로 수돗물을 받아 나무에 주고 있다.
한편 15일 현재 서울시 5개 수원지에서 생산되던 수돗물은 하루평균 1백97만t으로 급수인구 7백8만명이 하루 평균 2백78리터씩 돌아가는 셈이지만 불광동·역촌동·갈현동·삼양동·창신동·시흥동·독산동·봉천동 등 30여개 고지대·관말 지역에서는 수돗물이 전혀 나오지 않거나 한밤중에 2∼3시간 정도 나오는 등 극심한 식수난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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