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민자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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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가 지하철 3∼5호선을 민간에 맡겨 동시 건설키로 방침을 세운 것은 수도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생각된다.
수도서울의 교통문제는 매우 심각하여 이대로 방치하면 파국적인 사태가 올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대중교통 문제에 대한 정책 우선 순위가 별로 높지 않다는데 있다.
우선 정부당국자가 수도서울의 교통문제를 단지 서울시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큰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교통문제는 지방정부에서 해결할 차원을 넘은 것이다.
서울시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비중이나 이의 근원적 해결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생각할 때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도서울의 교통문제에서 가장 급한 것은 지하철건설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노면교통수단으로선 수송능력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시도 지하철 건설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건설을 시 자체재원으로 해결한다는 전제이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교통수요를 메우기엔 너무 미흡하다.
대중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지하철 건설의 가속화 외엔 달리 방도가 없고, 이를 서울시에서 자체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중앙정부에서 이 문제를 계속 외면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들다.
서울시가 지하철을 민간에서 건설 운영토록 결정한 것도 현재로서는 이밖에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건설주체가 누구든 지하철 건설이 촉진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민간이 건설하면 국영보다 창의성과 능률면에서 유리한 면도 있다.
그러나 민간에 지하철과 건설운영을 맡기는 데는 다음의 여러 측면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건설 실수요자가 건설을 감당할만한 재력이 있어야 한다.
만약 재력이 부족한 민간업자가 건설 실수요자가 되면 명목적으론 민간이 건설해도 실질적으론 정부가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건설 중간과정에서 재력부족 등의 사태가 생길 경우 은행융자 등 각종지원을 해주거나 정부가 인수해야하는 일이 생겨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민간이 지하철을 건설하면 운영과정에서 수익성을 보장해야 하는 만큼 그것이 대중교통요금의 인상요인이 안되도록 근원적인 관리를 해야할 것이다.
만약 건설비가 너무 비싸게 치거나 전동차 등을 비싸게 사오면 두고두고 비싼 요금을 치러야할 것이다.
현 지하철도 국제가격보다 월등히 비싼 시설도입으로 이미 상당한 말썽을 빚고 있고, 이 때문에 지하철이용 대중들만 더 많은 부담을 해야하는 것에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하철건설업자는 50년 이상 운영을 맡게 될 것인데 민간기업이 맡음으로 해서 추가되는 상업이익분이 민간이 경영하는데서 생기는 생산성과 능률을 상회하면 지하철의 민간건설운영에 아무런 뜻이 없을 것이다.
당장 지하철을 건설하는데 바빠 일을 소흘히 처리할 때는 앞으로 50년간 두고두고 말썽거리가 될 것임을 충분히 인식해야겠다.
따라서 지하철을 서둘러 건설한다는 방향은 옳지만, 그 집행과정에선 세심한 주의·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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