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사건에 소는 두 가지 실수 유럽 군사전문가들의 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책임덜기 위해 억류승무원 재판에 회부할지도>
【런던=장두성특파원】소련이 계속 KAL기 억류승무원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현재 상황으로 봐서 확실한 것은 억류승무원들이 착륙현장으로부터 「레닌그라드」로 옮겨졌다는 사실뿐이다.
이 사실을 가지고 이미 풀러난 승객과 승무원이 같은 경로로 송환되었으니까 이번에도 억류승무원의 송환과정이 시작된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의 말을 믿는다면 그러한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추측인 것 같다
소련이 억류승무원을 조만간에 송환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시기와 과정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소련의 의도를 비관적으로 보는「런던」관측통의 근거는 소련이 이번 사건을 통해 두 가지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다.
첫째 KAL기의 영공비행이 소련의 서북 방공망의 헛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나토」의 초기감시망에서 일하는 한 「노르웨이」공군장교는 KAL기가 소련영공에 들어간 때부터 전투기가 출동한때까지 1시간이 소요됐음을 확인했다.
소련의 대 나토 방위망이 총집결된 이 지역상공에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나타난 때부터 출격까지의 시간이 이처럼 오래 걸렸다는 것에 소련입장에선 큰 충격이라는 것.
한 신문은 이 충격이 지난번 「미그」기가 일본 방공망에 걸리지 않고 들어가 일본에 망명했을 때 일본 항공자위대가 느낀 충격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둘째 민간항공기임이 분명한 항공기에 총격을 가해 10여명을 살상한 사실이 국제여론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KAL기의 비행을 「레이다」망으로 탐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장교는 소련전투기가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런던·타임스」를 포함한 영국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격렬하게 비난하기 시작했다.「타임스」지는 설사 KAL기가 착륙신호를 무시했다 하더라도 적대방위의 능력이나 첩보활동의 가능성이 없는 ,속도 느린 민간기에 대해 총격을 가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중대한 위험을 야기할 잠재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데일리·텔리그래프」지는 『「무르만스크」상공에서의 만행』,「타임스」지는 『우선 쏘고, 해명도 않는다』는 제목으로 이와 같은 사설을 쏜바있다
이와 같은 배경은 소련이 이번 사건의 책임을 벗기 위한 납득할만한 해명을 하도록 하는 압력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데일리·텔리그래프」지는 그 한가지 방법으로 책임을 덜기 위해 재판을 열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헬싱키」의 일본과 미국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한 이 보도는 억류된 두 승무원이 결국 송환되겠지만 그전에 재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