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회담」수락 권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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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정부는 지난 3윌18일 미·유고간의 「한반도」 논의 내용을 우리 정부에 통보하고, 이른바 「3자 회담」안에 대한 우리측의 수락을 정식으로 권고해 왔다고 국내의 한 통신이 보도했다.
정황적으로 보더라도 한·미간에 그러한 설왕설래가 일단 있었음직하다는 추측은 가능하므로 「3자회담」 이란 것에 대한 우리측의 견해와 원칙적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해 둘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극단적 두 방법론에는 현상 안정의 증폭을 통한 공존적 평화통일 모색과, 현상증폭을 통한 무력 통일 모색의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중 한국과 미국이 추구하는 목표는 전자의 것이며, 북괴와 그 동조국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후자의 것이다.
후자의 방법론은 바로 공산주의자 특유의 「혁명전략」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며, 그들이 어떤 협상, 어떤 회담을 번갈아 제의해 오거나 수락한다 하더라도 그 전략의 원칙적인 의도 자체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자기들의 「혁명전략」에 도움되는 협상 형식과 협상 주제만을 제의·수락하려 하지, 그 전략에 장애가 될 소지가 있는 협상 형식과 협상 주제는 아예 외면하려 한다.
북괴가 우리측의 평화통일 3대 원칙에 기초한 남북대화와 4자회담을 외면하는 까닭도 바로 그 점에 있다. 그것이 형식면에서나 주제면에서 남북간의 항구적인 평화 공존체제를 지향하고 있을 망정 북에 의한 남의 「혁명적 적화」를 가능하게 하는 길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남북대화와 4자회담을 외면한 북괴는 그 대신 『한국을 제외한 미국과의 직접협상』, 『현존 한국정부를 제외한 남북 대민족희의』, 그리고 거기서 논의할「남북 연방제」와 『미 북괴 평화협정 체결』 이란 궤변을 들고 나왔다.
미-북괴간의「평화협정」이란 것을 체결해 미국이 한국에서 손을 떼도록 한 다음 그 공백 상태에서 용공적 연방제를 실시하여 적화통일의 길을 닦자는 망상이다.
이러한 북괴의 「한국 고립화」 전략은 그들이 설사 3자 회담이란 협상형식을 수락하거나 제의 해 온다 가정하더라도 추호의 변화가 없을 것이다. 3자 회담이란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는 대뜸 미-북괴간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북간에는 연방제를 실현하되 우선 국가보안법과 반공법부터 폐지하라는 식의 정치 선전으로 나올 것임은 뻔한 것이다.
이렇게 될 때 회담은 미·월남·월맹·「베트콩」간의 「파리」 협상처럼 공산측의 국제적 정치 선전장으로 악용될 소지가 발생하며, 미국으로선 협상을 진척시킬 수도 없고, 쉽사리 발을 뺄 수도 없는 난처한 지경에 빠질 우려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3자 회담이란 것이 이런 식으로 악용을 경우, 미국이 기대하는 한반도 현상 안정은 더욱 멀어지기만 합뿐 북괴의 일방적 대미 창구 개설과 국가 지위 향상이란 우리측 손실밖엔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도대체 「3자회담」이란 형식 자체가 미-북괴간의 대화 길은 트면서도 한-소나 한-중공 대화 길은 트지 못한다는 점에서 부당하고 불유쾌하다.
미국은 과연 이런 불합리한 측면을 통찰해 본적은 없었단 말인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의 기본 입장은 상호불가침·공존·인구비례 총선의 3개 원칙에 바탕한 남북 대화방식이다. 3자 회담이든 무엇이든 이 기본 원칙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진행 방식과 주제엔 응할 수 없으며, 한국의 대소·대 중공 창구 개설을 전제하지 않은 북괴의 일방적 대미 창구 개설엔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점은 『누가 압력을 넣을 성질도, 받을 성질도 아니다』 고한 박동진 외무장관의 국회 답변이 잘 요약하고 있다 하겠다. 미국의 대 북괴 관이 보다 냉철해지기를 촉구하면서, 원칙을 훼손하는 협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정을 다시 한번 천명해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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