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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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탁구를 영어로는 「테이블·데니스」 좀더 친근한 말로는 「핑퐁」이라고 한다. 초기의 「래키트」는 송아지 가죽을 입혔었다.
이것으로 치고 받을 때 「핑퐁」하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핑」-「퐁」하면 꼭 장기에서 「장군」 「멍군」 할 때보다도 더 한가하게 들린다.
실제로 탁구에서는 공격보다도 수비를 더 쳤다. 서구에서 「셰이크 핸드」 방식이 압도적인 것도 그게 수비에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50년대에 일본 「팀」이 세계대회를 석권한 다음부터는 「펜·홀더」 방식에 의한 공격형이 유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격 일변도의 탁구도 중공이 일본을 누르게 된 다음부터는 크게 변화했다고 중공의 새 스타일은 멋진 그러나 단조로운 공격보다도 변화 무쌍한 받아넘기기에 더 의존하고 있다.
몇 「미터」씩이나 하늘 높이 공을 올려서 상대방을 현혹시키고 「래기트」에 특수 고무를 두껍게 입혀 공의 진로에 변화를 주게 하여 상대방의 「미스」를 노린다. 그만큼 요새 탁구는 응큼해졌다고나 할까.
이제는 탁구에서도 단순한 「핑-퐁」 소리는 듣지 못한다. 「장군」 「멍군」하고 단순하게 응수하지도 않는다.
「셀룰로이드」의 공은 바람도 날아갈 만큼이나 가볍다. 그러나 그것이 땅에 떨어지면서 만들어 내는 현실의 무게는 엄청나게 무겁다.
지난 71년 4월 미국의 탁구팀이 처음으로 중공을 방문했었다. 표면적으로 일본에서 열린 31회 세계 탁구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김에 「캐나다」·「콜롬비아」·영국·「나이지리아」 「팀」들과 함께 중공을 들른 셈이다.
그러나 이게 「지글러」미 백악관 대변인의 말대로 『미·중공 양국민의 우호관계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열어 놓은 것』임은 그 뒤의 역사가 증명한다.
그런데 미국의 탁구 「팀」이 이번에는 평양을 방문하기로 한 모양이다. 북괴측에서 초청장을 보낸 것은 지난해 7월. 그러니 미국 쪽에서 이를 수락한 것도 퍽 오래된 일이었을 것이다. 북괴측의 음흉한 계략을 얼른 짐작할 만도 하다.
「핑퐁」외교라지만 그래서 우리에겐 「응큼」 「앙큼」하는 소리로만 들리는 것도 같다.
스포츠에 국경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과 「이스라엘」이 제외된 대회에 굳이 참가하겠다는 건 아무래도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하기야 미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미국 시민의 북괴 여행 제한 조치를 철폐한바 있다.
그러니 탁구 「팀」의 북괴 여행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한 당국자의 말이 논리적으로 그르다는고 할 수 없다. 하나, 탁구의 그 맑은 공소리도 이제는 영영 듣기 어려워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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