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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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창경원의 밤 벚꽃놀이가 15일부터 시작되었다. 봄의 제전이 정식으로 막을 연 셈이다.
창경원에 피는 벚꽃은 주로 왕벚·겹벚·능수벚·산벚꽃 등 5가지. 그 중에서 산벚꽃, 또는 개벚꽃은 우리나라에 예부터 흔했다.
지금은 많이 잘렸지만 우이동 일대의 산벚꽃은 볼만했다. 그곳은 근 4백년 전에 효종이 북벌을 계획할 때 궁재로 쓰려고 심은 것들이다.
일설에는 또 이계 홍량호가 일본에 가는 통신사 조엄에게 부탁하여 묘목을 일본으로부터 가져오게 했다는 얘기도 있다.
따지고 보면 벚꽃의 본고장이라는 일본에서도 벚꽃의 유래는 분명치가 않다.
대충 나량은 겹벚, 경도에는 산벚, 동경에는 왕벚나무로 분포가 갈라져 있다.
이밖에도 벚꽃에는 종류가 많다. 서울 농업 대학에서만도 홍매 벚나무 천엽 벚나무 붉은 보현상 기앵, 법륜사 모산앵 등이 재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주로 왕벚나무가 주름 잡고 있다. 창경원에도 이 왕벚나무가 가장 흔하다. 왕벚나무는 동경 「소메이」의 한 식목상이 개량시킨 것이라.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은 제주도에서 자생했던 것이 일본에 건너간 것이라는 설이 최근에 학계에서 유력시되고 있다.
「워싱턴」시의 「포토믹」강변에 퍼져 있는 것도 바로 왕벚나무 들이다. 진해·마산에서도 왕벚들이 판을 치고 있다.
왕벚꽃은 봉오리 전부가 개화하는데는 약9일이 걸린다. 따라서 앞으로 1주일 동안이 벚꽃놀이는 절정이 된다.
벚꽃의 수명은 매우 짧다. 꽃 한송이가 피었다 질 때까지는 약7일 걸린다.
그리고 나무 하나의 꽃이 다 피었다 질 때까지는 16일 걸린다. 물론 바람만 세게 불어도, 비를 한번 맞기만 해도 벚꽃은 단숨에 진다.
더우기 왕벚나무의 수명은 다른 벚꽃나무들보다 훨씬 짧다. 대충 20∼30년이 지나면 전성기가 끝난다. 창경원의 왕벚나무들도 대부분이 전성기를 넘어섰다. 그만큼 꽃이 덜 핀다는 얘기다.
꽃은 한창 이지만 밤꽃놀이를 즐기기에는 아직 날씨가 싸늘하다. 그렇다고 꽃이 마냥 기다려 주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이번 주일에는 포근한 봄날씨가 될 것이라는 관상대의 예보가 있다.
봄은 벚꽃만이 알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창경원의 밤벚꽃놀이에 대한 열도도 예전처럼 대단하지는 않은 것 같다. 꽂을 즐기는 마음씨를 사람들이 점점 잃어 가고 있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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