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비닐 하우스 혁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9월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는 쪽파농사,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까지는 얼갈이 배추, 4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는 과채류, 7월 중순부터 한달 동안은 여름 얼갈이 농사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 창소리1구 마을은 이같은 4모작농사로 작년에 호당 4백16만1천원의 소득을 올렸다.
4만평에 달하는 넓은「비닐·하우스…시설 원예로 마을 전체소득 2억5천만원을 기록한 것. 전국 최고의 호당 소득 마을이 되었다.
농촌에서 아무리 그토록 소득이 높을 수 있을까 의심할 수도 있으나 사실이 그렇다.
1모작인 쪽파는 이 마을 소득의 주종으로 평당 7.5kg을 생산, 2천4백원의 소득을 올리고, 2모작인 봄 얼갈이에서 평당 1천8백원 소득, 3모작인 과채류에서 2천원, 4모작 여름 얼갈이에서 8백원의 소득을 얻는다.
시설원예에서 1년 동안에 평당 7천원 소득이니 전부 합치면 3억2천만원. 그러니까 순소득은 대체로 2억5천만원에 이른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밭 7만평과 논 13만평에 식량작물을 재배하고 축산과 농외 소득 등 89가구로 된 이 마을의 총 소득은 3억7천만원 이었다.
이런 소득을 가능케 한 것은 과학영농과 현대적 시장 조작기술.
마을엔 1개「세트」가 1천5백평을 「커버」하는 「스프링클러」 45「세트」가 장치된 의에 경운기 9대, 탈곡기 10대, 양수기 60대, 「모터」30대, 분무기 1백22대, 전열 육묘기 1대와 건조기 1대 등 엄청난 기계농업의 장비가 준비돼 있다.
뿐더러 89가구 농가의 생산작물을 높은 값에 팔기 위해 농우회가 조직되어 공동출하·공동납품 방식을 택한다.
마을 사람들은 매일아침 자동전화로 서울의 상점들에 전화, 그날의 쪽파시세를 타진하고 출고를 조절한다. 시세가 좋지 않을 때는 마을의 하치장에 저장해 두었다가 시세가 좋아지면 물건을 마을 공동소유인 마을 자동차로 서울 시장에 직송, 신속·정확하게 출하한다.
그러니까 서울의 시장시제를 마을의 안방에 앉아서 조정하는 셈이다. 그러니 중간도매상이 게재할 여지도 없고 마을의 수익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충남 대덕군 진잠면 학하리2구 마을도 서울의 딸기시세를 좌우하려드는 딸기 마을. 5만평의 「비닐·하우스」에 딸기·포도·사과·무·배추 등을 간작, 작년에 호당 2백4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전에는 고구마·호밀·참외나 심어서 그럭저럭 호구나 하며 지내던 이 마을이 74년부터 신품종 딸기로 단단한 소득기반을 다졌다.
통일벼계 농사가 끝나면서 재빨리「비닐·하우스」를 마련, 철 이른 딸기로 6월초까지 2모작. 역시 「트랙터」 1대, 경운기 2대, 이앙기 1대, 벼 베는 기계 1대, 「트럭」 2대의 장비로 과학 농을 지향한다.,
대덕군 산내면 대별리는 좁다란 농경지에 대형「비닐·하우스」1만2천평을 지어 3, 4모작을 하는 호당 2맥55만원 소득마을.
대형 「하우스」3천평에 중부지방에선 유일하게 밀감을 재배, 제주도보다 한달 먼저 시장에 밀감을 공급해서 평당 5천원의 높은 소득을 올렸다.
송석추(41) 이장은 『마을사람들이 씨 없는 수박을 만들어 내는 등 농사연구에 적극적이어서 따로 농촌지도소가 필요 없을 정도의 열의를 가지고 있으며 농작물도 직접 판로를 개척, 서울에 내놓는 방식으로 시간과 중간 「마진」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사연구와 기계를 이용한 과학 영농에 따라 기업농도 나오고 있다.
도시인인 안민동씨(40)는 충북 청원군 양성면 산지에13만평의 과수·약초·화훼단지를 5년에 걸쳐 조성, 79년부터 연간 1억원의 수익을 올릴 계산이다.
경지가 좁고 영세농이 많은 현 여건으로 대단위 기계 기업농이 출현하긴 어려우나 그럴수록 과학영농과 유통과정 개선으로 소득을 높이는 노력은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