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과 뇨서 수은 대량검출-담양일가 중독-본사, 관계전문가 현지파견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수은중독이냐, 아니냐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전남 담양군 남면 만월리 고은석씨 일가족 6명은 수은중독임이 밝혀져 우리나라에서는 수은에 의한 중금속 공해병환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25일 본사가 2명의 중금속공해 전문가와 신경욋과 전문의사로 구성된 조사반을 현지에 급파, 고씨 일가족 중 증상이 경미한 2남 영철군(20)과 3남 영삼군(16)의 혈액·소변·머리카락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판명됐다. <관계기사 6면에>
이들 두 형제의 혈액·소변·머리카락에 녹아있는 수은함량을 측정한 결과 2남 영철군의 혈중 수은농도는 9·8마이크로그램(1마이크로그램은 1백만분의 1g)으로 정상인(0·3∼0·7마이크로·그램)의 14배나 되고 3남 영삼군의 경우는 20·4마이크로그램으로 무려 30배나 검출되었다.
두 형제의 증상이 아주 가벼운 점을 감안하면 증상이 심각해서 현재 병원에 입원중인 아버지 고은석씨(58)·어머니 김남순씨(57)·장남 영훈씨(27)·장녀 영임양(23)의 혈중 수은농도는 이들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조사반은 측정했다.
한편 조사반은 두 형제의 신경증상이 수은중독의 특징적인 증상과 일치함을 밝혀냈다.(별표)
조사반은 부모와 떨어져 광주에서 자취를 하고있는 이들 두 형제도 부모와 마찬가지 증상을 나타낸 것으로 보아 수은중독의 원인이 단순히 농약취급 부주의 때문이 아니라고 보고 고향에서 보내준 쌀·무우·고추·김치·된장 등에 대해서도 수은함량을 측정하기로 했다.
5가지 식품에 대한 정밀검사결과가 나오면 고씨 일가족 수온중독의 원인이 유기수은제 농약에 오염된 쌀 때문인지, 아니면 농약살포로 채소에 수은이 묻어있는 때문인지 구명될 것 같다.
고씨가 사는 마을에는 고씨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주민이 없어 고씨 일가에 국한된 증상이기는 하나 농약의 과용 또는 오용에 의한 것이 거의 확실해 농약관리에 문젯점이 제기되는 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