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스피리트78의 단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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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팀·스피리트78 한미연합 작전훈련은 미국의 대한방위의지를 과시하자는 데 가장 큰 뜻이 있었던 것 같다. 11일간 계속된 훈련을 통해 그러한 취지는 상당히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은 지난 두 번의 팀·스피리트 훈련과는 달리 금년의 팀·스피리트를 공개적으로 진행했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홍보활동까지 벌였다.
80여명의 외국보도진이 작전훈련이 전개된 우리 나라에 모여들어 훈련상황을 전세계에 알렸다.
때문에 어느 훈련 때보다도 팀·스피리트78은 국내외의 주목을 끌었다. 소련과 북괴마저 공개적인 관심을 표명하여 소련은 작전해역 부근에 함정과 정찰기를 투입했으며, 북괴는 비동맹회의의 선전자료로 이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이번 훈련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유는 명백하다. 미국의 대한방위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주한미군 철수로 인한 북괴의 오산을 막고 한국민의 불안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는데 있어 주한미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유는 그것이 유사시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증하는 담보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사시 미국의 개입만 보증된다면 이론상 미군의 주둔여부는 꼭 불가결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도 성립될 수 있다.
미국의 대한방위 의지를 행동으로 과시하는 한미합동 기동훈련과 연합작전태세는 주한미군의 철수로 인한 크레디빌리티·갭을 어느 정도는 보전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바로 이번 작전훈련을 통해 미국측이 노리는 한 측면이기도 하다. 미국측은 전에도 주한미군의 감축을 전후해 69년과 71년에 포커스·레티너와 프리덤·볼트작전을 한반도에서 수행한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팀·스피리트78은 주한 미 지상군 철수와 대한방위 의지의 불변이라는 일견 상충되는 듯한 두 명제를 연결시키려는 시도요, 노력이라 하겠다.
더우기 이번 훈련에서 지상전투는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은 해·공 지원을 주로 담당했다는 사실은 유사시 미군의 개입형태에 대한 중요한 시사를 던져준다.
이번 훈련을 통해 한미 양국군은 연합작전능력과 협력태세를 향상시켰다.
또 지상전투훈련을 비무장지대와 서울사이에서만 전개함으로써 초전박살·현 전선 고수·서울 사수가 한미 양국의 공통 기본전략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는 북괴의 오판에 대한 경고 및 우리 국민의 불안감 진정효과와 함께 이번 작전훈련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행여라도 이번 훈련을 미국의 주한 미 지상군 철수방침에 대한 어떤 변화징조로 해석해선 안 된다.
철군방침은 재확인하면서 그로 인한 불안감만 줄이자는 정도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옳다.
따라서 이번 훈련이 우리의 자주국방 노력을 늦춰도 좋을 이유는 결코 될 수 없다.
오히려 훈련과정을 통해 지상전을 주도할 보다 큰 책임이 국군에게 지워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 훈련을 하게되면 성과와 함께 많은 문젯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팀·스피리트78은 지상전을 미군 주도에서 한국군 주도로 옮긴 첫 연합작전이었던 만큼 더욱 그러리라 생각된다.
부각된 문제점을 보완하여 자주국방태세를 확립하는데 한미 양국간에 보다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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