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 앞서 서울 오는 왕이, '핵실험 안 된다' 대북 경고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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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왕 부장은 26~27일 1박2일간 한국을 찾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난 뒤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해 4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방한했지만 왕이 부장은 이번이 취임 후(2013년) 첫 방문이다. 왕이 부장의 방문은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따른 것이다. 당시 양국 정상은 외교장관 간 상호 교환방문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외에도 시기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6월 말로 예상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과 의제 등을 막판 조율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은 박 대통령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시 주석의 방한 의지 등을 전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대북 메시지가 주목된다. 이번 방문은 지난 3월부터 유엔 등에서 4차 핵실험 강행 가능성을 밝히며 국제사회를 위협해 온 북한에 대한 경고 차원의 방문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6자회담 조기 개최를 희망하는 중국으로선 북한의 핵 도발이 미·일의 불안을 자극해 역내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왕이 부장도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중국에 레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 외교장관의 주요 의제는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부분이 될 것”이라며 “양국 모두 북핵 불용의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동북아 불안정성에 대한 의견 교환도 예상된다.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베트남·필리핀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동중국해에서도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일본과 오래된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20일부터는 중·러가 함께 동중국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이에 일본이 센카쿠 탈환훈련을 벌이는 등 마찰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훈련 도중 중·러의 전투기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넘어오기도 했다. 지난 4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방한 후 한·미·일 안보 공조를 꾀하는 한국으로선 왕이 부장의 방한과 시 주석의 방한 국면에서 G2간 세력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을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과 관련해 공조 의사를 타진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사용 사례에 ‘낙도지역 무장단체 퇴거’ 등을 포함시키며 센카쿠 열도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배제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중·일 갈등과 거리를 두면서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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