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5·24 조치 4년, 남북이 해야 할 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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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따른 정부의 5·24 제재조치가 어제로 4년이 지났다. 남북교류 전면 중단과 대북투자 불허, 지원 보류가 핵심 내용이다. 46명의 우리 장병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이란 점에서 5·24조치는 명분을 지녔다.

그 뒤 남북교역은 종전에 비해 3분의 1로 급감했다. 경협업체는 30%나 줄었으며 남북 간 인적 교류도 1000여 건에서 20여 건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손실을 본 우리 기업도 있지만, 북한 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동시에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커졌다.

경제적 제재 효과에도 불구하고 거시적인 대북 전략이라는 차원에선 우리 정부 역시 5·24조치에 의해 제약을 받는 측면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적극적인 대북 외교를 천명했지만 5·24조치에 묶여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제한된 수준의 인도적 지원 외엔 북한에 손을 먼저 내밀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북·러 합작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제3국(러시아)과의 경협이라 5·24조치의 침해가 아니다”라는 궁색한 해설을 내놓은 것도 그런 이유 아닌가.

남북관계는 향후 3~4년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 문제에 주도적으로 나설 뜻이 없어 보이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이 물꼬를 터주길 기대한다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도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동북아 정세가 안정된다며 등을 떠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대북정책을 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5·24조치의 기한이나 강도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됐다. 지금 우리가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지 못한다면 권력기반을 다진 김정은이 고립과 핵무장 노선을 굳혀 통일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고, 동북아 정세를 끝없이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근본을 따지자면 북한이 성의를 먼저 보여야 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로 5·24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어떻게 나오고 있나. 세월호 참사를 애도한다면서도 막말로 박 대통령을 헐뜯고, 우리 해군 함정을 조준 포격한 다음날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이중적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5·24조치의 조정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우리 외교안보 라인은 곧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런 때야말로 국제정세를 정확히 꿰뚫어 보면서 전략적인 사고와 유연한 판단을 할 줄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너무 강해도, 약해도 안 된다. 분단과 통일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 국내 여론을 설득해 지지를 이끌어내는 정치력, 뭔가 주고받으면서 대화의 수준을 높이는 협상력….

이번 인사에선 정권 기여도, 출신 지역 등은 싹 무시한 채 통일의 기반 여건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적임자를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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