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환경의 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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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무역 환경은 금년 들어서도 풀리기는커녕 더욱 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적 협조에 의한 세계 경기의 진작도 요란한 다짐만 거듭될 뿐 별 진전이 없다.
신 국제「라운드」(동경 라운드)는 계속 공전상태에 있다.
이런 세계무역 여건에선 무역 장벽의 강화는 대세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하여「프랑스」·영국·「이탈리아」등 이 한결같이 심각한 무역적자와 실업증가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국내산업 보호와 국제수지 방어를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 쌓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작년에 사상최고의 무역적자를 낸 미국은 만성 흑자 국인 일본에 대해 실효 있는 교역 균형 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영국 등 EEC 제국도 비슷한 주장이다.
이제 선진국간엔 수입 장벽을 쌓는다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가 거시적 경제의 상호의존을 관리하기 위해 상대국의 정책목표까지 관여하게 되었다.
미국이 서독·일본에 대해 실질 성장율의 제고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선진 공업국간의 무역 불균형 및 경제적 마찰은 필연적으로 세계 무역을 침체시켜 특히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미국과 일본, EEC와 일본과의 마찰에서 한국은 늘 유탄을 맞는 불의의 피해를 많이 보았다.
그런「패턴」이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수출환경의 경화는 수출 주도의 고도 성장을 추진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해야 할 한국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수출 환경 속에서 마찰 없이 교역 확대를 꾸준히 도모해 가는 것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상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2국간의 무역마찰은 무역 불균형이 장기적으로 해소되지 않거나 확대될 때, 소위 집중호우식 수출로 수입국의 산업 피해와 실업증가가 두드러질 때, 오랫동안 온존해온 생활의 질이 파괴될 우려가 있을 때 첨예화한다.
특히 수출국의 자금이 싸고 각종 수출 보조금이 있을 때 수입 규제는 더욱 강경해진다.
「유럽」에선 일본을 비롯해서「아시아」제국으로부터의 수입급증이 문화적「갭」에 큰 원인을 둔 것으로 인식, 그들의 문화적 생활수준이 개도국의 경제공세로 무너지는 사태를 가장 두려워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수출 비중이 미미했을 땐 이런데 까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괜찮을지 모르나 이젠 이점에 대한 깊은 인식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연10억「달러」가 넘는 대일 무역적자를 대미 및 대 EEC 흑자로 메우고 있는데 앞으로는 지역간 무역이 어느 정도 균형으로 접근하도록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집중호우 식 수출을 삼가고 길게 보아 가장 실리들 얻을 수 있는 착실한 신장을 도모해야 한다.
이는 상품만을 특정지역에 편중 수출하는 방식에서 자본협력·기술·정책 수입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수출대책이 필요함을 뜻한다.
또 외교적으로 시장 다변화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보다 과감한 접근노력이 절실하다.
한국의 수출이 더 이상 뻗어 나가려면 세계 모든 나라가 잠재 시장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새 시장의 개척엔 상업「베이스」만으론 한계가 있으므로 실리 위주의 대담한 발생전환과 행동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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