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의 「모든 것」알리고 싶었다"-「헤일리」가 말하는 "『뿌리』와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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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루트』(뿌리)는 천만 뜻밖에도 지금 25개국에서 번역돼 있다. 얼마 전 내가 서독「프랑크푸르트」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열린 세계 도서전시회에서『루트』가 세계의「베스트셀러」임을 선언했다.
글자를 이을 줄 줄 아는 인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이것이 아마 운명이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세계의 사람들에게 도움되고 미국의 흑인역사를 더 분명하게 이해시키는 것이 가능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제까지 흑인에 대한 「이미지는」는 대체로 「아프리카」에선 『타잔』『제인』『장클짐』 같은데서 얻어지는 「이미지」이겠고 미국에서 는『엉클 톰』이라든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작품이 전달해주는 「이미지」에 불과하다. 나는 그들 작품을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루트』가 그것들보다 한층 전체 상을 제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 세계의 흑인에 대하여 더 좋은 이해가 싹튼 것은 아닐까. 『루트』가 지닌 또 다른 목적은 그런 것을 의식하고 쓴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목적을 이미 누리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우리들은 기술적 진보라는데 너무 얽매여 물질주의로 돼가고 있다. 그래서 물질적으로는 확실히 진보돼 왔으나 그 과정에 있어서는 어떤 나라 사람이든, 혹은 어떤 문화 체계를 가지고 있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의식을 못한채 우리들의 가장 귀중한 것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여기에 어떻게 해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들이 어떠한 칭호를 부여하든, 혹은 어떤 일에 종사하든, 혹은 어떤 옷을 몸에 걸치고 있든 그것을 모두 가능케 한 것은 우리들의 선조요 연상자들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헤일리」라는 작가 개인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적어도 2천5백만명의 미국 흑인의 상징으로서의 한사람을 주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지서>
※미국 TV영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뿌리』는 3월25일부터 TBC-TV에 연속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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