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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떼기 수사, 노무현 측근 구속 … '너무 잘 드는 칼' 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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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너무 잘 드는 칼’.

 안대희 총리 후보자에게 따라붙던 말이다. 특수통 검사로선 최고의 칭찬이다. 하지만 쓰는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안 후보자는 1975년 서울대 법대 3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최연소 합격자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정상명 전 검찰총장, 진영 전 복지부 장관 등이 동기다. 25세에 서울지검 검사로 임용됐다. 그러다 보니 대학 졸업장이 없다. 서울지검 특수1부에 첫 발령을 받아 줄곧 특수수사를 하면서 ‘너무 잘 드는 칼’이란 평가를 얻게 됐다.

 검사 2년차였던 1981년 맡았던 저질연탄 비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연탄회사들이 질 떨어지는 탄을 써서 한 해 400억원의 이득을 본 사실을 밝혀냈다. 3대 연탄회사 대표와 뇌물을 받은 동력자원부 국장, 서울시·석탄공사 간부를 구속했다.

하지만 수사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연탄회사 다 죽게 생겼다” “연탄 품귀 현상으로 서민이 더 힘들어졌다”는 보고가 전두환 대통령에게 올라갔다. 그 바람에 검찰총장 경질 등 선배 들이 인사조치됐다.

 안 후보자는 이후에도 서울시 버스회사 비리, 대형 입시학원 비리, 바닷모래 불법 채취 등 서민 생계와 관련 있는 비리 사건에 집요하게 매달렸다. 김대중 정부 때는 두 번이나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를 사시 동기인 노 전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장으로 발탁했다.

 안대희 중수부장의 첫 번째 작품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였다.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을 재수사해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염동연씨를 구속하고 안희정 현 충남지사를 불구속했다. 2003년엔 당시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일명 ‘차떼기 수사’를 지휘해 현직 대통령의 측근들과 여야 의원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안 후보자와 함께 일했던 현직 부장검사는 “죄가 드러나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라며 “보통 큰 뇌물 혐의가 나오면 나머지는 봐주고 넘어갈 수도 있으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서울고검장이던 2006년 검찰 몫의 대법관에 임명되면서 판사로 전직했다. 대법관 시절 대형할인점 납품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오던 판매사원 파견은 불법이라는 판례(2009년)를 남기기도 했다. 연구관으로 그를 보좌했던 한 부장판사는 “국가관이 뚜렷하지만 개인의 자유도 함께 강조하는 성향이었다”며 “퇴임할 때 후배들이 헌정한 논문집 이름이 ‘자유와 책임, 그리고 동행’이었다”고 소개했다.

 안 후보자는 2012년 8월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깜짝 발탁되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가 비밀리에 두 번이나 만나 영입을 성사시켰다. 안 후보자는 위원장 임명 회견 때 “박근혜 후보의 가족이라도 비리 척결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며 강력한 쇄신 의지를 피력했다.

 안 후보자가 주도한 정치쇄신특위는 ▶특별감찰관·상설특검제 도입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국민참여경선제 법제화 등의 개혁 공약을 개발했다.

 그러나 직선적 스타일 때문에 박 후보와 종종 마찰을 빚었다. 2012년 10월 박 후보가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캠프 국민대통합위 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하자 안 후보자는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안 후보자는 나라종금 사건 때 피의자로 한 전 고문을 수사했었다. 안 후보자가 좀처럼 물러서지 않자 박 후보는 자신이 직접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고 한 전 고문은 수석부위원장에 앉히는 유화책을 써야 했다. 당시 박 후보가 안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침묵시위’로 압박한 건 캠프에서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대선 막판 박 후보와 크게 금이 간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달리 결정적 선을 넘지 않았다. 그래서 정권인수위 시절부터 꾸준히 입각설이 나돌았다. 지난해 양건 감사원장 사퇴 후 후임 으로 유력히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서울 용산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고, 지난해 11월엔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임명됐다.

 안 후보자는 골프를 좋아하지만 검사 때부터 지금까지 자기 비용은 자기가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김정하·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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