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지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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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니…앞이 보이지 않는다. 아아…친구여…모두…어머니…태양…나는, 나는….』
「M·로시왈트」는 그의 소설『제7 지하호」를 이렇게 끝맺고 있다. 핵의 참화로 인류가 전멸하고, 그 마지막 생존자마저 숨을 거두는 장면이다. 『제7지하호』는 인류 최후의 안전지대였다. 그러나 방사능은 뱀의 혓바닥처럼 지하에 깊이 숨은 마지막 인간의 생명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로시왈트」의 이 눈물겨운 절규는 누구도 보아주지 않는 인간의, 아니 인류의 묘비명이 되었다. 비록 소설의 세계이긴 하지만 그것은 언젠가는 닥칠지도 모르는 지구의 내일을 예언한 것 같아 자못 숙연한 느낌이 든다.「케네디」대통령도 웅변을 통해 이렇게 절규한 적이 있었다.
『핵의 참화는 바람과 물과 공포에 의해 확산되어 대국이건 소국이건, 부유한 나라이건 가난한 나라이건, 동맹국이건 비동맹국이건 모두 파괴하고 말 것이다.』
예언의 세계가 아닌 오늘의 현상에서 인류는 그런 어두운 구름의 한 조각을 지금 보고 있다. 엊그제「캐나다」의 상공에서 폭발·분해된 소련의 핵 추진 군사위성은 끝내 방사능의 재(회)를 뿌려 놓았다. 「캐나다」국방장관은『놀랍고 위험한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외신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엔 무려 4천5백여개의 인공위성들이 떠돌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 연로를 쓰는 위성이 소련의 것 만해도 24개나 된다고 한다. 미국도 필경 이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핵 추진 위성 중엔 서기 4천년까지 견딜 수 있는 것도 있다고 한다. 이제 과학의 발전에 따라 더욱 성능이 높고 강력한 핵 추진력이 우주에 보내질 것이다.
3천년 후가 아니라 5천년 후까지도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위성도 가능할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소련의「코스모스」위성이 폭발함 것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숨기고 있었느냐는 것이다.『공연한 공포를 조장할 우려』 때문에 그랬노라고 대변인은 떠듬떠듬 말했다.
그것은 과연 공연한 공포일까? 언제 어디서 우수수 떨어질지도 모를 저 우주로부터의 죽음의 재. 그것은 소리도, 모양도 없다. 1천만분의 1g이상이 우리 몸에 들어와도 생명을 위협하는 재. 인류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 죽음의 비를 맞아야 하며, 또 그런 비를 맞은 물과 야채를 먹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세대만의 공포가 아니라 내일의 세대, 아니 천년·수천년 후의 세대까지도 유산으로 받아야 할 공포다.
『핵의 참화가 인류를 없애기 전에 인류가 먼저 그것을 없애야 한다.
「케네디」는 정말 명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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