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백만의 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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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6년까지 서울의 인구를 7백만명으로 묶겠다는 정부의 수도권인구 재배치 계획은 무모할 만큼 의욕적이다.
이미 서울의 상주 인구는 작년 10월1일 현재 7백52만5천6백29명이었다. 86년에 서울의 인구를 7백만명으로 묶기 위해선 소극적으로 서울로의 사회적 인구이동을 막아야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현재의 서울 인구를 지방으로 대폭 내보내지 않으면 안될 처지다.
작년 10월1일을 기점으로 서울에의 사회적 인구유입이 전면 금지된다고 해도 86년 말까지 9년 동안의 자연 증가율이 약 14.9%에 이르게 된다.
그나마도 81년까지 년 인구 증가 목표 1.54%와 그 이후의 1.54%가 달성된다는 전제에서다.
이렇게 자연증가만 계산해도 목표연도인 86년에 서울인구는 약1백12만1천3백 여명이 더 늘어 8백64만7천명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서울 인구를 7백만명으로 묶기 위해선 인구 유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해도 추가적으로 1백64만명을 서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작년 서울의 인구 증가율은 3.73%로 70년대에 들어 73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숫자다. 행정 수도 건설 구상이 발표되고 각종 유입 규제책이 취해지기 시작한 것이 둔화의 중요 요인으로 보인다
그래도 아직은 자연증가율 보다 사회적 증가율이 더 높다는 1차적 문제점마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 농촌의 소득증대로 농촌의 인구 배출요인은 상당히 해소되어 가는 편이다. 그럼에도 인구의 서울로의 사회적 이동이 그치지 않는 것은 농촌 쪽의 배출력보다 서울쪽의 인구흡인력에 더 까닭이 있는 것 같다.
서울의 인구 흡인요인으로는 높은 고용·교육 기회, 산업여건, 문화 수준 및 서울이 가지는 전통적 우위 관념 등이 지적되고 있다.
사실 서울은 정치·행정·산업·금융·문화·교육 등 모든 면에서 홀로 중추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55년에 총인구의 7.3%에 불과하던 서울의 인구 비율이 76년 말에 20.2%를 넘어서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서울이 독점하고 있는 이 여러 중추적 기능의 과감한 분산 없이 인구증가만을 막아 보려는건 일종의 이율배반이다.
서울의 제반 중추기능은 행정의 중앙집중을 핵으로 하여 복합적으로 얽힌 것이다.
산업의 경우 사회간접 자본 투자가 비교적 잘 되어 있고, 금융 기관 및 배후 소비지와 접한데다 행정기관과의 접근이 용이한 서울의 이점은 도외시되기가 어렵다.
각종 용역도 경제 활동이 왕성하고 행정기관이 집중된 서울에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기관도 행정·산업용역 등의 높은 고용기회가 집중된 곳으로 모여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집중이 되다 보면 과밀의 폐해 보다 집적의 이익이 목전에 더 크게 부각되기 때문에 집중경향은 자전력을 갖게 된다.
이번에 발표된 수도권 인구 재배치 세부 계획에도 이러한 과도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시책이 다수 포함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아무리 세제상의 유인을 준다하더라도 서울에 있음으로써 받는 이익이 이를 상쇄한다면 그러한 유인은 유인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서울의 인구 억제 시책은 지방에서도 경제·사회·문화의 모든 활동을 불편 없이 영위 할 수 있도록 행정을 비롯한 서울의 제반 중추 기능을 분산·이속시키는 전제에서 모색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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