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봄 세일 여름 상품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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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봄 정기세일 중인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매장에 들어서면 샌들.수영복.선글라스 등 여름 상품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 붙어 있는 봄 세일이라는 선전문구들이 무색할 정도다.

이 백화점의 경우 여름 상품 비중이 벌써 절반이 넘는다. 지난해 이맘 때는 40%대였다. 백화점들이 올해는 그만큼 여름 상품을 더 일찍, 더 많이 내놓은 것이다.

'봄 세일 속 여름상품'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봄 세일에 봄 상품을 살까, 여름 상품을 살까'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세일 중반 이후를 노려라

◆봄 세일에 나온 여름 상품 구매법=여름 신상품은 이번 봄 세일 대상에서 대부분 빠져있다. 제값을 다 줘야 여름 상품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누가 벌써 여름 상품을 살까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현대백화점은 유행에 민감한 여성 캐주얼 경우 매출의 80%가 봄 세일 기간 중에 팔려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알뜰주부들은 봄 세일 중 여름 상품을 살 때는 보통 초반보다는 중반 이후를 노린다.

봄 세일이 진행될 수록 여름 상품의 비중이 높아져 중반 이후에는 무려 70%가 넘기도 한다. 따라서 상품 종류가 다양해지고 선택의 폭도 넓어지는 것이다. 이 때부터 여름 신상품에 대한 다양한 기획전도 펼쳐진다.

신세계의 김자영 대리는 "세일기간 때 여름 신상품을 사면 구매액에 따라 각종 경품 등 사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글라스는 한 여름보다 지금이 더 구매적기다. 선글라스는 1년 중 20% 이상이 봄 세일 기간에 팔린다. 이 때문에 신상품과 수입품이 이 때 집중적으로 쏟아져나온다.

선글라스 유행 미리 읽어

각종 할인행사도 가장 많은 시기다. 또 이번 봄 세일에 나가보면 올 여름 유행도 미리 읽을 수 있다.

선글라스는 커다랗고 화려한 색상의 복고풍 렌즈를 채택한 제품이 많이 나왔다.

올해는 두가지 색을 함께 섞어 넣은 투톤 컬러의 렌즈와 화려한 로고장식, 사각형 무테가 특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밝고 가벼운 느낌의 티타늄 소재를 사용한 제품도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졌다.

샌들은 끈으로 종아리를 묶어 매력적인 각선미를 강조한 스타일의 일명 '스트립 샌들'이 인기다. 또 화려한 파스텔톤에 액세서리를 부착한 여성스런 제품도 눈길을 끌고 있다.

여름 상품 기획전도 풍성=롯데는 이번 세일 기간 중 아르마니.베르사체 등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를 20% 할인된 값에 판다.

신세계 강남점은 봄 세일 막바지인 오는 11일부터 '영캐주얼 대전'을 열어 여름 상품을 팔 예정이다. 지난해 이월 여름 상품과 올 신상품을 섞어 기획가로 싸게 파는 행사다.

현대백화점도 7~13일까지 '진 캐주얼 초여름 상품전''원피스 기획전'등을 열어 여름 상품을 싸게 파는 행사를 연다.

정기세일을 일찍 시작한 수도권 백화점은 여름상품 기획전도 더 빨리 연다. 그랜드백화점.LG백화점 등은 4일부터 각종 여름의류와 수영복 기획전을 마련한다.

불경기 때 나타나는 현상=여름 상품이 경쟁적으로 빨리 출시되는 현상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업체들이 재고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량 생산을 않고 여러 종류의 제품을 소량으로 '시장에 더 빨리 내놓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불경기때 신제품 출시 빨라

불경기일수록 상품주기가 짧아지고 신제품 출시도 계절을 앞질러 더 빨라지는 셈이다. 브랜드별로 대량 생산하는 '정규전'형태에서 '게릴라전'으로 바뀌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본점 강상구 과장은 "유행에 민감한 여름 상품의 경우 한 매장에서 같은 디자인은 3~4벌만 받는다"며 "이 때문에 거의 1주일 단위로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체는 봄 세일을 여름 상품의 '테스트 마켓(실험시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봄 세일기간 중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에 관심을 갖는지 미리 살펴보고 주력상품을 최종 결정한다.

◆봄 상품도 눈여겨 볼 만=이번 세일 때 봄 옷 등을 사면 할인폭이 크다. 그렇지만 봄옷을 입을 수 있는 기간이 짧은 게 흠이라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내년을 바라보고 사는 구매 전략을 짜 볼 만하다.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 스타일의 봄 옷을 평소보다 훨씬 싸게 사는 기회로 삼을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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