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길목|한국의 「손가락셈법」 「뉴욕」국민교서 채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컴퓨터 나 휴대용 계산기의 보급으로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산수 실력이 자꾸 떨어지고 있다고 걱정하는 미국에서 한국의 지산법(지산법)이 국민학교 산수시간에 가르쳐지고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지는 『손가락, 산수시간에 돌아오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개발되어 한국인 교사가 가르치는 지산법이란 「신기한 동양의 계산법」을 교육난 특집으로 크게 소개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처음으로「뉴욕」주의 「마운트·버논」군내 공립학교들이 올 겨울 학기부터 지산법을 산수시간에 정식교과로 가르치고 있다고 보도.
화제의 지산법 창안지도교사는 한국에서 초빙되어 간 배항형씨(35).
마치 「피아노」를 치듯 열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리드미컬」하게 톡톡 쳐서· 길다랗게 적힌 덧셈 문제를 척척 푼다.
「마운트· 버논」공립 국민학교 산수교육 조정관 「렉터먼」씨는 지산법을 익힌 어린이들의 계산정확도는 깜짝 놀랄 정도라고 했다.
작년 봄 한국인 소녀 2명을 양딸로 맞은 미국인「리버털」씨는 꼬마들이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셈을 하는 것을 보고 하도 신기한 나머지 한국문화 토요강좌에 참석, 지산법을 배웠다.
지산법이란 한국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넉줄 주판의 원리를 그대로 응용한 것. 양손의 열 손가락이 바로 주판알 구실을 한다는 것이 배교사의 설명. 오른쪽 손의 엄지손가락은 5, 나머지 네 손가락은 각각 1을 나타내며, 왼손의 엄지손가락은 50을, 나머지 네 손가락은 각각 10을 표시, 열손가락의 합계는 99이다. 아무리 복잡한 덧셈·뺄셈·곱셈·나눗셈도 열 손가락으로 계산해 낼 수 있다.
배교사는 암산왕으로 알려진 배성진씨(63·대한실업교육진흥회 이사장)의 둘째 아들로 지산법의 보급을 위해 75년12월 미국에 갔다. 배교사는 「리버털」씨와 함께 지산법에 대한 미국내 특허를 정식으로 얻었다. 「리버털」씨는 『지산법이야말로 「컴퓨터」나 계산기의 보급으로 점차 떨어지고 있는 미국어린이들의 계산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라고 주장.
배교사의 지산법 강좌가「뉴욕· 타임스」와 「뉴욕·데일리·뉴스」지·NBC-TV 등을 통해 널리 소개되자 「뉴욕」시뿐만 아니라 이웃 「웨치스터」군의 공립 국민학교들에서도 지산법을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한국의 손가락 셈법이「컴퓨터」의 나라 미국어린이들의 지능계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김영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