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공산당의 참정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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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월 선거를 앞둔「프랑스」와 정치위기에 직면한 「이탈리아」공산당의 정권참여 가능성은 서방동맹과 소련권에 대해 다같이 곤혹스런 사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산주의를 지향하되 서구 민주주의의 정치문화와 의회제도를 유지하고, 소련권의 「프롤레타리아」독재와 획일적 지도권을 배격한다고 한 「유러-커뮤니스트」의 주장은 「크렘린」의 내외정책에 대해 만만찮은 장애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서방동맹의 안전과 이익을 내부로부터 형해화시킬 「누에고치 안의
유충」이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유충이 일단 거풀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올 경우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내사정은 물론, 서방동맹의 공동성은 큰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위험한 사태에 직면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사회당은 양국의 공산당이 말하는 「유러-커뮤니즘」이란 것이 실제론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 「카멜레온」인가 하는 점을 좀 더 톡톡히 간파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탈리아」공산당이 표면상으로 내세우는 주장은 당장의 공산당 단독집권이나 사회주의화가 아니라, 공산당·기민당·사회당 등의 거국체제 하에서의 「효과적 경제계획」과 행정효율화 정도라는 것이다. 또 동서 세력균형의 현상유지를 위해선 「나토」에도 당분간은 그냥 머물러 있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본문제에 관한 그들의 견해와 또 집권후의 정권 재교체 가능성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의연히 「공산당 본연의 자세」임을 잊어선 안된다. 『소련의 현 체제는 약간의 퇴영적 요소가 있을 뿐, 그래도 그것은 미국보다는 나은 제도이며, 「나토」의 반소주의에는 반대』(이 공산당의 「라디체」의 발언)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집권 후 국민들이 또다시 우파정권을 요구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보다 발전된 제도에서 옛날의 제도로 되돌아가고 싶어할 리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일단 집권하면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본색을 드러낸 것밖엔 안되는 것이다.
「프랑스」공산당 역시 3월19일과 21일 두 차례의 선거에서 사·공 연합이 승리할 경우, 정권에 참여하게 되는데, 현재 사·공 연합 내부의 논쟁이 타협점을 못 찾으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프랑스」공산당은 「이탈리아」공산당보다도 훨씬 더 좌파적이고 교조적이다.
산업국유화 문제에 있어서도 사회당의 온건론을 『상류계급과의 야합』이라고 몰아붙이고, 핵군비에 있어서도 「프랑스」의 「미사일」은 「드골」의 도식대로 전방위체제 즉, 「제1의 적」이라는 미국에 대해서도, 독일에 대해서도 향해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들이 「프롤레타리아」독재란 용어를 폐기하고 「대중국가」란 말을 쓰기로 한 것도 그것이 『불유쾌한 어감을 주기 때문」이지 「레닌」주의를 정식으로 부정한 산물이란 실증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토」에 대해서도 「프랑스」공산당은 『뒷문을 통한 협력관계』나 「나토」의 친미반소엔 반대라는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이런 점을 두고 볼 때 「프랑스」와 「이탈리아」공산당이 민주주의 원칙 운운한다는 것은, 그들의 주장이 제아무리 소련권을 당혹시키는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서방동맹과 불·이 국민의 자유와 안전과 이익에 배치되는, 전술적 위장임을 간파하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공산당과 제휴하고 있는 「프랑스」「이탈리아」사회당 계열은 마땅히 중도우경화로의 노선 전환을 결정해야만 하겠으며, 두 나라 자유주의자들은 사회당을 사·공 연합에서 떼어내, 비공 중도연합으로 흡수할 수 있게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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