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예선을 거쳐 올라온 작품이 20편이었다. 그중 끝까지 논의가 된 작품은 『사랑놀이』(김철진), 『십자가 내려지다』(김희정), 『목숨으로는』(최인석), 『사계 밖의 겨울』(조일도) 등 4편이었다.
금년에는 희곡부문의 응모작이 수적으로 꽤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질적인 면에서도 예년 수준을 훨씬 웃도는 풍년이었다고 평가된다.
앞에 열거한 3편의 작품은 예년 같으면 당선작이 충분히 될만한 작품들로 그만큼 마지막 당선작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테면 즐거운 비명을 올리게된 것이다.
『사랑놀이』는 극적인 구성도 재미있고 대사도 다듬어졌으며 연극적 재미가 충분히 살려진 작품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기차에서의 장면이 전체적인 분량과 비교할 때 너무 길다는 의견이었다.
『십자가 내려지다』는 섬세한 감성을 바탕으로 시정이 깃 든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목숨으로는』은 견고한 구성의 장식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일제침략시대의 독립운동 같은 것이 소재로 다뤄졌을 때 빠지기 쉬운 공식을 깨뜨린 작품으로 결코 진부하다고 말할 수 없는 가작이었다.
당선작으로 정한 『사계 밖의 겨울』은 뭔가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드는 현실사회의 비정을 다룬 작품으로 느껴졌는데 내용과 형식이 맞아떨어지는 드물게 보는 예술적 행운을 누린 작품이었다. 우리는 4편의 작품을 다같이 당선작으로 뽑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그러나 한 작품을 고른다면 『사계 밖의 겨울』을 고르지 않을 수 없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여석기·김정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