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지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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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새해 아침. 세계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인지반도의 총성은 아직도 멎지 않고 있다. 「베트남」군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가까이 까지 진격, 사태는 사뭇 심각한 것 같다.
문제는 이 전쟁의 승부보다도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가에 있다. 싸움은 마치 거인과 소인의 그것과 비슷해 관전자로는 별 흥미가 없다. 다만이 전쟁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공산세계의 난기류가 우리의 친선을 모은다,
우선 공산「베트남」과 공산「캄보디아」는 미국에 대항하는 공동연명체(?)로서 한때는 생사를 같이 했었다.
상황은 바뀌어 미국이 몰러간 공산인지반도에는 정말 승패를 가려야할 현실이 남아 있었다. 「공산정권」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의 처지로는 우연의 일치일 뿐 그것이 곧 정치적 패권을 보장해 주는 이념은 아니었다.
18세기와 19세기의 지도를 보면 인지반도의 국경선은 물결무늬처럼 이리저리 밀리고 있다. 주로 「캄보디아」는 태국과 「베트남」의 침략을 받아 하루도 국경선이 안정되어 있지 못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은 오늘까지도 민족감정으로 남아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서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베트남」의 공산정권이 멀리 소련에 기울고 있는 것은 「근공원친」의 심리이기도 하다. 「캄보디아」도 그 점에 있어서는 「베트남」의 처지와 비슷하다. 그들은 그들 나름으로 중공과 손을 잡고 있다.
바로 지난 2일 북경에서 벌어진 희극은 그것을 충분히 암시해준다. 북경주재 「베트남」 대사관에서의 기자회견에는 중공기자들은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캄보디아」 대사관은 북경의 국제「클럽」에서 보란 듯이 중공기자들을 불러놓고 기자회견을 했다.
기어이 소련은 인지사태를 놓고 중공을 공개 비난까지 하게되었다. 전쟁의 상황이 그 배후에서는 이처럼 웃지 못할 희극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은 「프놈펜」의 교외에 대포를 걸어놓고 협상을 제의하고 있다. 그 골자가 결국 이번 전쟁의 핵심을 엿보이게 한다.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세 공산정권이 통합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인지반도의 패권을 「베트남」의 손아귀에 넣어 달라는 뜻이다.
이것이야말로 제2의 인지비극을 연출하는 폭탄선언 같다. 이들 3국은 그 어느 구석을 보아도 동질성이 없다. 인종과 언어는 물론 역사적인 생성과정마저도 서로가 물과 기름이다. 오늘의 정치적 이해관계 또한 제각각이다. 인지의 「앵무새부리」는 상처아물 날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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