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점성가들, 연말연시 대목에 된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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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마다 연말연시에 목돈을 버는 이색직업은 미래를 예고해주는 점성가들이다. 최고 정치지도자들로부터 근로자 층에 이르까지 넓은 고객들을 확보해온 「프랑스」의 점성가들은 이번 연말이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대 황금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느닷없는 사태로 서리를 맞는 비운에 빠져버렸다. 「프랑스」광고 규명 조사국(BVP)이 최근 장래를 점치는 모든 기사와 광고에 대해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증거를 의무적으로 제시하도록 결정한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의 40%인 4천여만명은 비록 점성가들의 단골손님은 아니더라도 미래를 점치는 기사와 광고의 애독자인 때문에 BVP의 결정은 이들에게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유물론자일 수밖에 없는 「마르셰」공산당수 조차도 점성기사의 애독자일만큼 「프랑스」 의 점성열은 대단하다.
더우기 내년 3월 총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이 적어도 한번쯤 애용할 판에 이 기막힌 조치가 내려져 점성계에 먹구름이 끼게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미확인 동기가 있다는 소문. 먼저 현직 모 장관부인의 대노가 이 조치의 원인이라는 설이다.
이 고관사모님은 남편의 애정을 점친 결과 『남편의 애정이 틀림없이 돌아온다』는 확인을 받았으나 끝내 함흥차사가 되고 말자 『모든 점성가들은 거짓말·허풍장이다』고 몰아붙였다는 이야기.
다음은 대부분의 점성가들이 고객들의 장래를 정확히 점치기 위해 보험 「브로커」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정보를 수집했다는 설이다. 이 두 가지 설은 모두 점성가들이 허풍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된다.
어떻든 BVP의 증거제시 의무화로 앞으로 각 신문에 점성광고나 기사의 전멸은 불가피하다.
한 신문은 「케네디」가 「댈라스」에서 암살 당했을 때 86명의 점성가들이 사전에 예고했었다고 비꼬았고 『1백% 알아맞힌다』는 장담은 사기라고 규탄했다. 또 점의 번창은 국민들의 미신풍조를 설명해주며 『일소되어야 할 필요악』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희망과 행복을 파는 상인』으로 불리는 점성가들이 하루아침에 전업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
특히 불멸의 「스타」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태양부인과 『신이 내린 부인』이란 별명의 「엘리자베드·테시에」만은 무풍지대라는 풀이. 이들은 이미 「지스카르」의 아들을 비롯한 많은 거물들을 단골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광고할 필요가 없다.
뿐더러 송사리 점성가들을 찾던 사람들이 앞으로는 「스타」적 점성가들만 찾게 될 테니 오히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추측들.
그럼에도 이번 조치가 허풍에 녹아 행복을 고대하는 미신적 사회풍조를 개선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식자들은 이구동성 환영했다.
그러나 송사리들이 법정투쟁을 선언, 변호사들이 새로운 점성가 고객들을 맞아 호황을 누리게 되리라는 역설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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