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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해체" … 초유의 국가기관 문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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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해경에 분산돼 있던 재난구조 기능을 통합 일원화하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34일 만에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 개조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무한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어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 내렸다”며 “앞으로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해양 안전의 전문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체적인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서 조직을 분리·합체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특단의 조치로 정부 조직을 해체하기는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안전행정부도 핵심 기능인 안전과 인사·조직 기능을 안행부에서 분리해 안전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인사·조직 기능도 신설되는 총리 소속의 행정혁신처로 이관할 것”이라며 “안행부는 행정자치 업무에만 전념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행부는 핵심 기능인 인사와 안전 업무를 놓게 되는 것으로 사실상의 준해체 수순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다.

 해수부의 경우에도 ▶해양교통관제센터(VTS)는 국가안전처로 통합하고 ▶해수부는 해양산업 육성과 수산업 보호 및 진흥에만 전념토록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가 개조를 위한 관료 개혁방안도 제시했다. 관피아(관료 마피아) 척결을 위해 “안전감독 업무와 인허가 규제 업무, 조달 업무와 직결되는 공직 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을 것이며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 수를 지금보다 세 배 이상 대폭 확대하고 취업제한 기간(현행 2년)을 퇴직 후 3년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전문가 진입이 용이하도록 5급 공채와 민간 경력자 채용을 5대 5 수준으로 맞춰 가겠다”고도 했다. 공무원 충원 방식과 관련, 한꺼번에 획일적으로 선발하는 고시 방식이 아니라 직무 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필요한 직무별로 필요한 시기에 전문가를 뽑는 체제를 만들겠다고 밝혀 고시제 폐지를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배후로 지목된 유병언 일가의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범죄자 본인의 재산뿐 아니라 가족이나 제3자 앞으로 숨겨 놓은 재산까지 찾아내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시스템을 책임지고 챙기지 않아 생긴 참사의 대책에서 청와대가 책임지지 않는 것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가 재난 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직접 보고받고 지휘해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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