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감과 가정의 포근함을 듬뿍…|방학을 맞으며…|성옥련 교수 (중앙대)와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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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일께 방학을 하는 국민학교를 비롯, 각급 학교의 겨울 방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글자 그대로 공부를 쉰다는 즐거움이 있지만 부모들로서는 평소보다 신경을 더 써야하지요. 더욱이 겨울 방학은 두달 가까이 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성 교수=우리나라의 교육 체제는 학생들에게 지나친 억압감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무거운 책가방과 과외 공부로 만원 「버스」의 횡포까지 겹쳐 항상 긴장돼 있는 상태이므로 방학이라면 우선 어린이들이 「완전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완전한 해방감이라고 해서 무조건 자유를 주라는 것이 아니고 밀렸던 대화들을 정리해가면서 평화로운 가정의 울타리 안으로 어린이들을 끌어 들여야겠지요. 가족간의 대화가 거의 없다 시피한 요즘 방학은 각 가정 나름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정신 생활을 풍요롭게 가꿀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어린이의 생활도 많이 바뀌어가고 있는데… 방학 동안 어떻게 생활하게 하는게 가장 바람직할까요.
성 교수=예전에는 자연이 어린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였죠. 장난감은 고사하고 TV·놀이터는 꿈도 못 꿨지만 자연이란 친구가 올바른 인간의 길로 이끌어준 것 같아요. 겨울「캠프」에 보낸다거나 친척집에 보내는 등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서민층의 자녀입니다. 이들에게는 자기 책상과 자기 자리가 마련돼 있는 학교가 오히려 편하고 방학이란 갈 곳 없고 가족들과 시달려야 하는 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어린이들을 위해 같이 놀 수 있는 방이라든가 탁아소 같은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방학초가 되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기 마련인데 대부분 성취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떤 계획을 어떻게 세우는 것이 좋을까요.
성 교수=앞에서 완전한 해방감을 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어느 정도의 규칙 생활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흔히 자유로움만이 정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통제·절제도 정서죠. 오전 중에는 자기 방에서 공부·독서 등을 할 것을 약속 받고 오후에는 친구를 만난다거나 자유롭게 계획을 짜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요.
평소에 자녀들의 방학 지도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성 교수=방학이면 부모들의 숙제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지요. 계획했던 것을 못해 주면 그것이 그대로 마음의 부채로 남아 부담스럽고…. 저는 아이들이 좀더 사고하는 여유를 갖기를 원해서 습관적인 편지 쓰기를 권하고 있어요. 편지를 쓰면서 사고력·판단력·신념 등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서지요.
흔히 방학 숙제라면 개학 하루 전날 하거나 가족들이 집단적으로 도와주는 것을 당면한 것처럼 여기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 교수=숙제를 하거나 안 하거나 정신적으로 흡수하는 것은 마찬가지가 돼야겠지요. 숙제가 아니라도 자기 나름대로 생각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숙제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숙제」라는 것에 모든 것을 맡기려고 하는 생각은 잘못인 것 갈아요.
방학이 되면 어린이들의 TV 보는 시간도 부쩍 늘어나는데 어떻게 지도를 해야할까요.
성 교수=최소한 식사 시간만이라도 TV를 끄고 가족간의 대화의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지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그러는 사이 부모의 교양과 권위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면서 어린이들도 성숙도를 키워 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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