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환자의 87%가 치료를 받지 못한다|김정순 교수 「팀」 (서울보건대학원) 강원도 춘성군 주민 대상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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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 일부 농촌 주민들은 병에 대한 무지와 비싼 병원비 때문에 병이 났는데도 환자의 87·2%가 치료다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 대학원 김정순 교수 「팀」이 강원도 춘성군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농촌 주민의 상병 양상」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 주민의 60% 이상이 갖가지 질병을 앓고 있는데 놀랍게도 이들 중 87·2%가 병의 치료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 「팀」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주민 수는 1천76가구 5천5백95명. 2명의 의사가 직접 면접 조사와 함께 종합 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만성이건 급성이건 명백히 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되는 환자는 전체의 60·72%나 되었는데 인구 1천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남자는 6백41·8명, 여자는 5백73·6명으로 밝혀졌다는 것.
농민들이 앓고 있는 질병을 분류해보면 대부분 (72·8%)이 만성질환. 그 중에서도 신경통을 비롯한 신경·감각 기계 질병이 인구 1천명 당 1백74·1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소화기질환 (1백61·3명), 호흡기질환 (1백54·4명), 치아 및 치주 질환 (72·7명)의 순이었다.
또 취학 전 아동 4백55명에 대해 별도로 실시한 영양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세계 보건 기구 (WHO)의 기준치에 비해 전체의 68·1%가 빈혈로 나타났다.
그러면 우리 농민들은 명이 났을 때 어떻게 치료를 받는가. 놀랍게도 환자의 11·7%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뿐이다.

<취학 전 어린이 68% 빈혈 증세>
김 교수 「팀」은 명백히 의사의 진찰과 치료가 필요했던 환자 7백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적절한 진료를 받은 사람은 9·5%에 지나지 않았고 11·7%가 약국 이용만으로 그쳤으며 약국도 병원도 가지 않은 환자는 77·1%나 되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김 교수 「팀」은 첫째 아직도 많은 농민들이 자신의 병을 과소 평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데다 둘째 비싼 병원의 진료비 때문에 의사의 진료를 가능한 한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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