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부터 시작한 가야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흔둘에 담배와 술을 끊으면서 가야금을 배우기 이제 7년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한가지 골돌하는 취미를 가져야한다는 것이 평소의 지론이다. 취미를 살려서 하는 일이 있게 되면정신이 건전해지고 그 건전한 정신 속에 건전한 육체가 따르기 마련이다.
가야금을 택한 것은 정신적 심미안을 길러 정신의 양식을 삼자는데 있다. 영산회상 48장을 악보 없이 탈만큼 가야금을 익혔다면 「프로」급에 속한다고 자부한다. 가야금을 하되 엄정한 정악만할뿐 산조는 않는다. 한가지만을 똑 떨어지게 하는게 소중하다. 산조·시조·살풀이·반주를 이것저것 다하려는 건 취미로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걸 다하려다간 모두 어중간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 국악이 정악보다 산조에 치중하는 것을 나는 타락이라고 생각한다. 해서도 못쓰는 처지에 초서부터 휘갈기려는 태도와 같고, 자칫 가야금이 유흥장 가락으로 약하게 전락될까 두렵다.
시체 젊은이들은 이해가 안 간다고 할지 모르나 정악에 마음을 가다듬는 자세가 있다. 비록 단조한 듯하나 오히려 깊은 맛이 있고 또 그 가운데 동양적인 고요가 있다. 새벽 고요할때 가야금 줄을 퉁기노라면 은연중 영감을 느낀다.
나는 가야금이 가히 예술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에서 푸대접받고 있지만 이야말로 전통문화와 국민정신의 바탕을 이룰만하다는 신념을 갖고있다고 우리 악성 우륵님이 창시한 멋과 뜻을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야금을 배운 이래 집에는 물론 간호학교와 성인교육회 사무실에도 각각 가야금을 비치, 시간만 있으면 아무 때나 탄다.
평생을 독학으로 살아왔다. 배움도 학위도 그러하고 학교운영과 노인운동도 노력으로 해왔다. 곧 개성을 살리는 것이 멋을 찾는 길이요, 멋진 생활이란 개성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하두철<78세·한국성인교육회장>】

<하두철응 약력>
서울 서대문구 문화촌·의학전박
서울 간호학교 이사장
한국성인교육회 회장
서울 라이언즈·클럽 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